"수고 많으세요. 아빠가 하는 경우도 있다더니 진짜네요."

조회수 2019. 4. 6.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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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사가 아직 쑥스러운 나는 올해 4년 차 녹색 어머니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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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세요. 아빠가 하는 경우도 있다더니 진짜네요.” 안내 깃발을 들고 있는데 순찰하던 경찰이 말을 건넸다. 이런 인사가 아직 쑥스러운 나는 올해 4년 차 녹색 어머니회 회원이다.


아내의 출근 시간이 빠르다 보니 녹색 어머니회 활동은 내 몫이 되었다.  학급 임원인 둘째를 위한 일이지만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어떻게 인사하지? 끝나고 차를 마시자 하면 어쩌지? 옷은 맞으려나?' 그중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이었다. 한창 예민한 큰아이가 나를 창피해할 것 같았다. 


드디어 첫날 아침, 내가 등장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쭈뼛거리며 인사하자 다행히 나를 반겼다. 맞는 옷은 물론 깃발과 장갑도 챙겨 주었다. 


어색함도 잠시, 등교 시간이 되자 정신없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 때문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아이들의 미소에 기운이 솟았다. 먼저 건너가라고 배려하는 운전자들도 고마웠다.


일을 마친 뒤에는 다 같이 모여 차를 마셨다. 아이 이야기를 나누며 얼굴을 익히니 오길 잘했구나 싶었다. 특히 나의 어설픈 모습에도 큰아이가 먼저 손을 흔들어 줘 무척 행복했다.


청일점으로 활동하던 나는 금세 유명해졌다. 일부 아빠들까지 동참해 녹색 어머니회는 남녀 구분 없이 활동하는 곳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세상의 반은 여자라 했던가. 나는 “학부모의 반은 남자다.”라고 말한다. 아빠도 얼마든지 학교 일에 참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녹색 어머니회가 '녹색 부모회'로 이름 바뀌는 날을 꿈꿔 본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재호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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