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소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조회수 2019. 3. 26.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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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 사람들이 몽땅 어딜 가기라도 했나?"

가을날 누군가 윗집으로 이사 왔다. 한데 새벽이 깊어질 때까지 소란스러운 게 아닌가. 쉼 없이 수돗물을 틀고 종종걸음 쳤으며 문을 수시로 여닫았다. 


이사한 첫날이라 이해했는데 일주일 뒤에도 변함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음 속에서 겨우 잠들면 쏴, 하는 물소리에 깜짝 놀라 깼고, 귀를 막고 웅크린 채 다시 잠을 청했다. 


새벽 두세 시가 되도록 뭘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경비원을 통해 윗집에 고충을 전해도 별나다는 반응만 돌아왔다. 거듭되는 호소에 경비원도 난처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탄절을 앞둔 아침이었다. 우리 부부는 일어나자마자 마주 보며 웃었다. 밤새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잔 것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분 좋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위층 사람들이 몽땅 어딜 가기라도 했나?” 

간밤의 숙면이 너무 고마워 나는 감사 편지를 썼다. 


“안녕하세요. 저는 205호에 사는 사람입니다. 어젯밤 저희 부부는 편히 잘 잤습니다.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출근했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귀 댁에 즐거움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편지를 윗집 우편함에 넣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소음이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며칠 조심하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간간이 소음이 들려도 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성탄절 날, 나는 작은 병 하나를 우편함에 넣어 두었다. 아껴 둔 꿀인데 맛 보라는 쪽지와 함께.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덕아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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