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다면 죽을 것이고 살겠다면 살 것 아닌가
어느 날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우리 담임 선생님이 '힘들어 살겠다!'라고 했어요. 아빠 같은 사람이 또 있네요.”
딸아이가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죽겠다.”였다. “힘들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더워 죽겠다.” 등.
말하는 대로 몸이 반응한다고, 죽겠다면 죽을 것이고 살겠다면 살 것 아닌가. 나는 딸의 습관을 고쳐 주기 위해 “죽겠다.” 대신 “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딸은 틀린 말이라며 따졌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겠다는 말을 사용했다. 딸의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도 살겠다는 말을 써 보라고 권유했다.
딸이 그랬던 것처럼 꼬마들은 “아저씨, 틀렸어요.”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살겠다는 말이 딸애 반의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끈질긴 교육이 효과를 본 것이었다.
재작년 7월에 우리는 한국으로 이사 왔다. 처음에 딸아이는 힘들어했다. 중국에선 성적도 좋고 친구도 많았는데, 여기 와선 친구도 없고 수업도 따라가기 버거웠던 것이다. 중국으로 돌아가자고 투정도 부렸다.
그러나 6년 내내 몸에 밴 “살겠다!” 덕분에 딸애 입에서는 “죽겠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고, 차츰 이곳에 적응하면서 얼굴도 피고 성적도 올랐다.
말한 대로 된다고 우리 가족도 “살겠다, 살겠다.” 한 덕에 점점 더 살 만해지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우리와 같은 뜻을 품은 담임 선생님을 만났으니 기쁨이 더 이를 데 있으랴.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남대송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