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큰일이에요?"
좋은생각 사연을 오디오로 들어보세요 ▼
남녀 쌍둥이를 키우는 나는 “한 번에 아들딸 낳았으니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느덧 열한 살이 된 쌍둥이는 성격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
2분 먼저 태어난 딸은 맏이같이 든든하고, 아들은 막내 같다. 딸은 저녁마다 시간표를 보고 준비물을 챙기지만, 아들은 내가 잔소리를 열 번 해야 엉덩이를 들고 일어난다.
그날도 아들은 거실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학교 갈 준비를 다 했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답했다. 혹시나 싶어 알림장을 꺼내 보니 “내일 국어 단원 평가.”라고 적혀 있었다.
“내일 시험이면 공부해야지. 맨날 엄마가 이런 걸 챙겨야 하니? 이젠 네가 알아서 해!”
속사포로 얘기하는 나를 아들이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큰일이에요?”
“시험 준비 잘해서 백 점 맞으면 기쁘잖아. 기분 좋은 일도 많아지고, 인생이 행복하지 않겠니?”
“아니요. 전 꼭 노력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겨요. 오늘은 친구랑 갑자기 놀게 돼서 기분이 좋고, 사탕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꼭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이젠 돈은 얼마큼 벌고 집과 차는 어떠해야 하는지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아들에게 성적이 행복의 기준이 아닌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순수한 우리 아들도 언젠가는 숫자에 연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일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한 아이로 좀 더 머물러 있길 바란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오자영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