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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먹었어요?"

조회수 2019. 3. 25. 1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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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멀찍이 앉아 가끔 말을 걸고, 그릇을 비울 즈음 따뜻한 차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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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밤, 과외를 마치고 나니 무척 허기졌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터였다. 주위를 둘러보다 한 중국집에 들어갔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인기척에 나온 주인이 주방장과 직원 모두 퇴근하고 문 닫을 참이라고 했다. 돌아서려는데 “저녁은 먹었어요?” 하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주방으로 갔다.


그녀는 자장 소스를 곁들인 달걀 볶음밥과 토란국을 내오며 제대로 된 음식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뜻밖의 친절에 고맙다고 수줍게 말했다. 한기가 내리는 밤중의 식당에서 묵묵히 밥을 먹었다. 그녀는 멀찍이 앉아 가끔 말을 걸고, 그릇을 비울 즈음 따뜻한 차도 주었다.


빈 접시를 가져다주며 오천 원을 내밀었다. 메뉴판을 보니 어림잡아 그 가격일 듯했다. 그녀는 손사래 치며 받지 않았다. 함께 가게를 나와 헤어질 땐 조심히 들어가라며 활짝 웃었다.


그 뒤로도 종종 밥 먹으러 갈 때마다 그녀는 반가워했다. 과외를 그만두면서 더는 그 동네에 갈 일이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중국집을 찾았다. 그때 정말 고마웠다고, 그런 호의는 처음 받았다며 맘에 담아 둔 말을 꺼냈다. 잊지 않겠다고 하니 그녀는 별일 아니라며 미소 지었다.


가끔 선량한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이유 없이 친절을 베푼다. 내가 받은 걸 갚는 방법이다. 친구들은 오지랖이 넓다지만 사는 동안 바로 그런 사람들 덕을 보았다. 그렇게 넘은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민지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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