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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캐러갈까?”

엄마는 겨울 냉이처럼 진한 향기를 품고 인생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 내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에도 밭두렁에서 냉이를 캔다. 


“요즘은 하우스에서 냉이를 재배한다는데!”

“그래도, 야야. 어디 밖에서 마구 자란 것맨치 좋을라꼬? 니가 암만 그랴도 나는 밖의 냉이가 더 맛있구마는.”

“찬물에 씻어가 하나하나 다듬어서 팔면 할매들이 돈은 마이 주나?”

“마이 주고말고.”


나는 알고 있다. 기껏 해 봐야 1킬로에 오륙천 원 받는다는 것을. 이건 품값에 비해 턱없이 적은 돈이다.


몇 년 전, 뇌 수술을 받고 겨우 살아난 엄마는 일 년을 치매 환자처럼 휘청거렸다. 그때 엄마는 종일 가만히 누워 티브이만 봤다. 그러던 엄마가 기적처럼 건강을 찾았다. 그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신 스스로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인 것이다. 콩을 고르더니 약초 뿌리를 다듬었다. 날씨 좋은 봄이 되자 밖으로 가 쑥을 뜯고 냉이를 캤다. 그러다 산나물을 뜯으러 갔고, 강에 나가 다슬기를 잡았다.


처음엔 엄마를 말렸다. 고생할뿐더러 얼마 안 되는 돈을 벌고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말리지 않는다. 엄마가 그저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엄마는 겨울 냉이처럼 진한 향기를 품고 인생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 내고 있는 것이다.


엄마만큼 캐는 재주가 없는 데다 추위를 무진장 싫어하지만 “냉이 캐러 갈까?” 하는 말에 “싫어.” 소리를 못했다. 그 죄로 나는 오늘도 종종거리며 밭둑을 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문희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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