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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짝퉁이야. 돈 없는 남편, 마음은 전하고 싶어 샀어.

조회수 2019. 1. 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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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예쁘다. 고마워.

마누라의 예순세 번째 생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일하며 돈 벌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는 유난히 부담스러웠다. 지난 오월, 난 혈액암 확진을 받고 하던 일을 손에서 놓아야 했다. 집사람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됐던 것이다.


생일을 며칠 앞두고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에 갔다. 서울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는 길, 왁자지껄한 소리에 고개 돌리니 가짜 명품 가방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얼른 하나를 사 검은 비닐봉지에 담고서 병원으로 향했다. 


별 이상 없이 진료가 끝나 서울역에 돌아오니 시간이 꽤 남았다. 역 내 백화점에 들어가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날 아내 반지를 내 손가락에 껴 보고 크기를 알아 놓았던지라 알맞은 은반지를 샀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가 짐을 보고 물었다.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요? 이게 뭐야?” 

“당신 생일 선물이야.” 

“정신 나갔구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은 귀에 걸렸다. 


나는 용기 내 말했다. 

“여보, 짝퉁이야. 돈 없는 남편, 마음은 전하고 싶어 샀어.”

“검은 비닐봉지 보고 알았지. 당신 마음 이백만 원으로 하고 받을게. 그래도 예쁘다. 고마워.”


다음 날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선물은 택배로 보냈어요.” 

맙소사! 택배 상자를 받고 보니 제법 비싼 가방이었다.


일요일이 되어 우린 교회로 향했다. 예배 후 찬양 연습이 늦게 마쳐 아내가 날 기다렸다. 저 멀리 아내가 보였다. 


은반지를 끼고, 검은 비닐봉지에 담겼던 파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아내가 참 예뻐 보였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남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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