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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차가 절벽 끝에서 멈췄다

조회수 2018. 12. 27. 11: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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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얻은 인생 뭘 하며 살까?

그날은 유난히 날이 어둑했다. 내가 사는 곳엔 눈이 오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폭설이 내려 행복했다. 운동을 좋아하던 나는 스노보드를 즐겨 탔다.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설원을 가르는 쾌감이 모든 걸 잊게 했다.

 

평소보다 춥고 눈도 많이 내린 날, 이른 시간부터 차에 몸을 실었다. 내리막길을 가며 생각했다. '이 길을 얼마나 많이 왔다 갔던가.' 자만심에 부풀어 운전대를 꺾는데 브레이크가 말썽이었다. 


순간 차가 미끄러지며 중앙선을 넘더니 비탈길을 따라 빙빙 돌았다. 옆은 낭떠러지였다. 삶의 마지막이다 싶으니 여러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떠나도 미련 없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즐기며 살았다. 괜찮다.'라고 합리화하며 맘을 비우는데, 기적처럼 차가 절벽 끝에서 멈췄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맞은편 봉고차에서 내린 청년들이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아래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때까지 나는 성공과 돈 버는 일에만 집중했다. 결혼조차 사치로 여겼다.


그런데 위험천만했던 경험이 나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삶의 목적을 찾으려 노력했다. '다시 얻은 인생 뭘 하며 살까?' 고민했다.


그해 나는 십 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생활을 택했다. 예전의 나라면 궁상맞다고 생각했을 테지만 오히려 그런 생활이 훨씬 만족스러웠다. 물질적 풍요는 줄었지만 다른 가치를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주영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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