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밀어 드릴까요?

조회수 2018. 12. 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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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얼른 때수건을 집어 등을 밀었다.

나는 집 근처 목욕탕을 즐겨 찾는다. 다른 곳보다 저렴해 오후 시간에는 만원이다. 그날도 등산 후 목욕탕을 갔다. 피곤한 몸을 탕에 담그고 주위를 둘러보니 구십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의자에 앉아 힘겹게 때를 밀고 있었다.


몇 번 문지르다 숨이 차서 쉬는 모습을 보자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장인어른이 떠올랐다. 장인어른이 한동안 우리 집에 머물 때, 자주 목욕탕에 가 때를 밀어 주었다. 그때마다 장인어른은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좋아했다.


할아버지 옆에 살짝 앉아 “등 밀어 드릴까요?”라고 묻자 살포시 웃으며 손사래 쳤다. 난 얼른 때수건을 집어 등을 밀었다. 


“이렇게 때가 밀리는데요? 제가 국수 말아 드릴까요?” 

그러자 할아버지 표정이 밝아졌다. 구석구석 때를 밀어 주며 “개운하시죠?” 하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장인어른의 몸을 밀어 준다고 생각하니 피로마저 풀리는 게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옆자리의 할아버지 한 분이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유승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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