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광장엔 환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

조회수 2018. 12. 4. 18: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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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우리는 한방에서 잠을 잤다. 처음 있는 일이라 눈물이 날 뻔했다.

늦가을 무렵 부모님과 난생처음 서울 구경에 나섰다. 고향에서 올라온 부모님을 반기듯 역 광장엔 환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 우린 사진을 찍고 창덕궁으로 향했다. 


버스가 만원인 데다 급출발이 잦아 나이 든 부모님이 내릴 때 애를 먹었다. 속상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관광 안내원처럼 변신했다. 창덕궁이 사극에 나온 곳이라 하니 두 분은 무척 좋아하며 꼼꼼히 둘러보았다. 서툴게 안내한 게 아쉬웠으나 부모님을 궁에 데려간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대망의 저녁 시간, 예약한 가게를 찾느라 추운 날씨에 북촌을 빙 돌았는데 고생한 만큼 맛이 좋았다. 갈비와 전골, 연잎 밥 등 부모님이 접시를 비우는 모습에 나는 맛있느냐고 계속 물으며 흐뭇해했다.


그날 밤, 우리는 한방에서 잠을 잤다. 처음 있는 일이라 눈물이 날 뻔했다. 몇 년간 타지에서 생활하느라 집을 그리워하던 나였다. 가족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잘할 수 있을지 긴가민가했다. 부모님이 글을 읽을 줄 몰라 역에서 길이 어긋나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깊은 밤, 셋이 함께 누워 있으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다음 날 대형 수족관을 관광한 뒤 부모님을 버스에 태워 보냈다. 고향에 있다 상경하면 바보같이 눈물 흘리곤 했는데 두 분을 보낼 때조차 그랬다.


일 년여 지난 지금도 엄마는 수족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처음 본 물고기에 대해 얘기한다. 그야말로 성공한 여행이었다. 이처럼 우리 가족이 공유할 추억이 생겼으니.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장명선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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