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을 하고 남편이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왔다

조회수 2018. 12.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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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늘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각자의 공간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을 듯했다.

오래전 남편이 “나만의 공간이 없다.” 하기에 “아니, 온 집 안이 자기 공간이고 대장처럼 살면서 무슨 소리야?”라고 답했다. 


한데 생각해 보니 안방도 주방도 내 맘대로 바꾸고 남편 책상도 내가 알아서 청소하니 정말 그 말이 맞다는 걸 알았다. 나는 사무실에 작게나마 내 공간이 있는데 남편은 택시를 운전하니 자기 공간이라 할 만한 곳이 없었다. 


언젠가 부부 싸움을 하고 남편이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왔다. 며칠 지나 하는 말이, 집 나가니 갈 데가 없다며 시골에 컨테이너라도 마련해야겠다고 농담 같은 진심을 토로했다. 


부부가 늘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각자의 공간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을 듯했다. 하여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시골에 자그마한 비닐하우스 창고를 지어 '영수 아지트'라고 이름 붙인 뒤 27년간 자기 공간 없이 산 남편에게 선물했다. 전기를 설치하고 수돗물도 끌어왔다. 


남편은 자신만의 소박한 공간을 꾸몄다. 야트막한 언덕엔 대추나무와 호두나무를, 텃밭엔 푸성귀를 심고 닭도 몇 마리 키웠다. 길가에 심은 꽃잔디가 흐드러지게 핀 봄날, 고향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가마솥에 백숙을 푹 삶고 숟가락 장단에 노랫가락 뽑는 친구들을 바라보던 남편…….


“당신은 행복 그 이상의 호사를 누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남홍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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