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 덧니만 없었으면..

조회수 2018. 12. 26.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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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과 덧니라..'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올봄, 모 은행 고졸 채용 시험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도 여러 명 응시했지만 서류 전형 합격자는 여학생 한 명뿐이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어려웠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임원 면접만 일주일 남겨 두고 있었다. 우린 예상 질문을 만들어 매일 두 시간 넘게 연습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항상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 녀석 덧니만 없었으면…….' 

녀석은 양쪽에 삐죽 솟은 덧니가 있어 웃을 때마다 손으로 가리곤 했다. 


'은행원과 덧니라…….' 참으로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면접을 이틀 앞두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선생님은 굳이 덧니를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활짝 웃어라. 그게 오히려 아름다워 보일수 있다.” 

나는 최후 도전장을 던지는 기분으로 조언했다.


며칠 후 임원 면접 날, “마지막으로 할 얘기가 있으면 해 보세요.”라고 하자 녀석은 “덧니가 저의 확실한 개성입니다. 꼭 기억해 주세요.”라고 말했단다. 면접관 다섯 명이 환히 웃은 건 물론 그중 한 명이 “수고했어요. 당당한 덧니.”라는 말도 전했다. 


2주 후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녀석, 지금 양쪽덧니를 모두 드러내며 웃고 있겠구나.' 

순간 나도 모르게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래, 부디 네 덧니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길 바란다.” 


오늘도 학교 정문에는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문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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