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산행 기차를 탔던 것이다

조회수 2018. 11. 2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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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곤 이왕 부산까지 온 거 재미있게 놀자며 방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였다. 수능 준비를 앞두고 실컷 놀자며 친구 여덟 명과 2박 3일 바다 여행을 계획했다. 한 친구가 해운대보다 경포대가 낫다고 해 그곳으로 정했다. 경치 좋고 물 맑고 펜션도 멋지다기에 다들 기대에 부풀었다. 


여행 날, 짐을 챙겨 기차에 탔다. 오후 한 시쯤 역에 도착해 펜션 위치를 검색했다. 그런데 아뿔싸! 경포대는 강원도 강릉에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유명한 바다가 모두 부산에 있는 줄 알고 부산행 기차를 탔던 것이다. 


잠시 멍하게 있다가 배를 잡고 웃었다. 한참을 웃고서 펜션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곤 이왕 부산까지 온 거 재미있게 놀자며 방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하지만 여덟 명이 묵을 곳은 흔치 않았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처음 왔나 보네. 손주들 오면 지내라고 비워 둔 방이 있는데, 학생들 보기 딱해서 줄 테니 재밌게들 놀다 가.” 


할아버지는 30평 남짓의 큰 방을 내주었다. 춥지 않게 난방을 신경 써 준 건 물론 쌀도 넉넉히 주었다. 덕분에 여행을 즐겁게 보냈다. 


학생 상대로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아직은 이처럼 좋은 마음으로 대하는 이들이 있단 걸 새삼 깨달았다. 


“김덕규 할아버지, 정말 감사했어요. 나중에 놀러 가면 찾아뵐게요!”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심우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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