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우면 모두 아름다운 거예요
조회수 2018. 12. 20. 14:37 수정
우린 그날 너무 행복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토요일, 며느리가 모임이 있다며 잠시 손녀를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수지를 데려오는 길, 주위를 둘러보니 논의 이삭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수지야, 저 논에 있는 곡식이 뭐지?”
“햅쌀이에요.”
“맞아. 어린 것들은 모두 싱그럽고 아름답구나. 우리 수지처럼. 그렇지?”
“할아버지도 아름답고 싱그러워요. 나이가 어리다고 아름다운 게 아니고요, 마음이 고우면 모두 아름다운 거예요.”
이럴 수가! 겨우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인가?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우리 부부가 수지와 해바라기를 보던 날이었다.
“저건 왜 해바라기예요?”
“응, 항상 해만 바라보면서 피거든.”
“수지야, 할아버지는 자꾸 수지가 보고 싶으니까 수지 바라기야.”
“그럼 저는 가족을 사랑하니까 가족 바라기예요.”
우린 그날 너무 행복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시 수지를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며칠 전 내 생일에 선물 받은 망고를 챙기지 않은 걸 알았다. 수지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라 남겨 둔 것이었다.
“이를 어쩌지! 할머니가 깜박하고 망고를 안 가져왔네.”
아내는 안타까워 했다. 그러자 수지가 하는 말,
“괜찮아요. 할머니가 맛있게 드시면 수지가 먹은 거랑 똑같아요.”
티 없이 맑은 수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 수지의 행복을 기도하고, 어른으로서 덕을 쌓아야 하지 않을까. 손녀의 예쁜 모습이 나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 같아 기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종길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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