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싸우고 와 전학 가겠다며 울었다

조회수 2018. 11. 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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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머리카락은 엉켜 있고 안경은 부서졌으며, 얼굴에는 멍이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욱하는 성격인 데다 기분이 안 좋을 땐 말도 거침없이 했다. 난 그저 아들이 조용한 모범생으로 자라길 바랐다. 지난주엔 친구와 싸우고 와 전학 가겠다며 울었다. 


“어디 가도 너랑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전학 갈 거야? 싸움이 될 만한 상황은 피하라고, 제발. 왜 그게 안 되니?” 


속상해하는 아이를 보며 나 역시 힘들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또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더니, 아이의 머리카락은 엉켜 있고 안경은 부서졌으며, 얼굴에는 멍이 들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엉엉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친구들 말에 따르면, 덩치 큰 친구가 다리를 절룩이는 친구를 괴롭혀 아들이 말리다가 맞았단다. 아들을 차에 태운 뒤 잔소리했다. 


“왜 거기 끼어들어서 맞고 와? 그냥 좀 모른 척하면 안 돼?” 

아이는 자기 마음을 모른다며 서럽게 울기만 했다. 


얼마 뒤,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어머님, 너무 마음 아프시죠? 하지만 저는 오늘 ○○이가 기특합니다. 다리 불편한 친구가 괴롭힘당할 때 말리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대요.  오직 ○○이만 나섰다고 하네요. 아픈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고요. 이렇게 정의로운 아이가 저는 무척 자랑스러워요.” 


순간 눈물이 울컥 났다. '우려와 달리 아들은 잘 크고 있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구나.' 선생님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앞으로 아이를 좀 더 이해해 보려 한다. 아들이 여기저기 부딪히며 스스로 사는 법을 터득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정의로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들아, 사랑한다. 그리고 네가 자랑스럽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정학영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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