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왜 프러포즈 안 해?"

조회수 2018. 10.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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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로 했는데 그걸 해야 돼?"

소개팅 자리에 나가니 말쑥한 차림의 남자가 웃음 띤 얼굴로 앉아 있었다. 연애 한번 해 본 적 없다는 그였지만 진중한 모습에 끌려 만나기로 했다. 


한데 그는 여자 마음을 참 몰랐다. 주변에선 남자 친구가 이런저런 이벤트를 했다며 자랑하는데 나는 말할 게 없었다. 프러포즈만큼은 내심 기대했으나 결혼식이 다가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오빠는 왜 프러포즈 안 해?” 

“결혼하기로 했는데 그걸 해야 돼?” 

말문이 막힌 나는 그 후 이벤트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식이 끝나 갈 때쯤 그가 휴대 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식장에서 그러지 말라며 말리는 순간, 나는 사회자 말에 놀라고 말았다. 신랑의 깜짝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식은땀 흘리며 쭈뼛쭈뼛 앞으로 나가 노래하기 시작했다. 가사도 외우지 못했는지 휴대 전화 화면을 보면서. 너무 긴장한 탓에 첫 음을 높게 잡아 목에 핏대까지 섰다. 


결혼식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결국 절정에 다다라 한계가 왔고 겨우 노래는 끝이 났다. 너무 웃어 얼굴 근육이 아팠던 결혼식이었다.


이마의 땀을 연신 훔치던 그. 알고 보니 친구가 가사를 적은 스케치북을 놓고 온 탓에 휴대 전화를 들여다봤단다. 


시어머니는 “내 아들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라며 놀라워했고 명절 때 만난 친척들도 신랑을 놀리기 바빴다. 그때마다 그는 아무 말 못하고 얼굴이 발그레했지만 내 눈엔 그저 귀엽기만 했다. 


그동안 무뚝뚝하고 센스 없다며 타박했던 게 미안했다. 알고 보면 누구보다 용기 있고 로맨틱한 남자인데 말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양정은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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