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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그 학생은 반가운 합격 소식을 알려 왔다

조회수 2018. 10.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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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주소 하나에도 정성을 담았던 그날의 추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몇 번의 면접에서 떨어진 학생이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가져왔다. 그런데 가만 보니 메일 주소가 마음에 걸렸다. 주소가 'badblood(나쁜 피)96 XX'였다. 다른 주소가 있는지 묻자 “왜 그러세요?” 하며 의아해했다. 


“그 주소로는 면접관이 너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무슨 사연이 많아서 하필 그렇게 지었니? 다시 만들어 가져와라.” 나는 기억에 남을 만한, 이왕이면 직장에 걸맞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학생은 잠시 뒤 'bitnara(빛나라)96 XX'라는 주소를 가져왔다. “그래, 바로 그거다!” 나는 메일 주소를 보며 빙그레 웃는 면접관의 얼굴이 떠올랐다. 


며칠 후, 그 학생은 반가운 합격 소식을 알려 왔다. 게다가 면접관이 “메일주소가 멋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물론 그 때문에 합격한 것은 아닐 테지만 메일 주소를 유쾌하게 짓는 것은 자기 홍보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20년 전, 메일 주소를 고민하다 “김 씨 방에 놀러 오세요.”라는 뜻으로 'kimsroom'으로 지었다. 그 뒤 상대방이 주소를 물으면 꼭 “김 씨 방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요사이 학생들의 메일 주소를 보면 자기 한글 이름을 키보드 영문 자판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김'은 'rla', '박'은 'qkr'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주소는 사실 흥미롭지 않다. 만약 경찰 시험에 응시한 지원자의 메일이 칼을 뜻하는 'Knife'라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그보다 'Thank You(고맙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주소라면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메일 주소 하나에도 정성을 담았던 그날의 추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건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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