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뻔한 며느리

조회수 2018. 10. 1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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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예의 바르고 음식 솜씨가 좋아 14대 종손 며느리로서 부족한 것이 없다.

8년 전 추석, 아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이 입을 열었다. 


“만나는 여자가 있는데 임신 3개월이에요. 올가을에 결혼시켜 주시면…….” 조금 당황했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아가씨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보라 하니 아들은 “저보다 여섯살 많고,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이혼해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온갖 고생하며 살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넋이 나간 우리 가족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 “안 돼!”라고 소리쳤다. 그 후 한 달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답답한 나머지 아들에게 아가씨를 데리고 오라 하니 아침 햇살처럼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는 나이보다 앳된 얼굴로 순한 인상이었다. 그늘진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부모 잘 만났더라면 흠잡을 것 없는 참한 며느릿감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날 저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우린 아침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다음 날 새벽, 아내가 말했다. 


“어젯밤 소리도 못 내고 우는 아가씨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우리가 그동안 고아원에서 봉사한 게 위선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그만 승낙합시다.” 


가슴을 찌른 말이었다.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봤으면서 아가씨를 탐탁지 않게 여긴 내가 부끄러웠다. 


아침을 먹으며 우리 마음을 전하니, 둘은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며느리는 예의 바르고 음식 솜씨가 좋아 14대 종손 며느리로서 부족한 것이 없다. 


이런 며느리를 고아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한 게 미안해 친부모 이상의 사랑을 주려 노력한다. 그런 며느리는 귀여운 손녀 셋을 선물하며 우리에게 또 다른 기쁨을 주고 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조금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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