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두 달 앞두고 엄마는 암 선고를 받았다

조회수 2018. 10. 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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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미루겠다고 했지만 엄마가 극구 말렸다.

10월 푸른 하늘이 눈부시게 예쁜 날, 나는 결혼했다. 그날 모인 많은 사람이 눈물을 쏟았다. 영문을 모르는 하객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초상집 같은 결혼식을 올린 이유는 엄마가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엄마는 암 선고를 받았다. 완치도 어렵다는 구강암이었다. 잠시 직장을 쉬고 엄마를 간호하던 나는 결혼을 미루겠다고 했지만 엄마가 극구 말렸다. 


그땐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결혼식 당일, 왜 그토록 가족들이 울었는지 신혼여행을 다녀와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가 수술해서  살 수 있는 확률이 20프로였다고 했다. 엄마는 삼 남매의 장녀인 나라도 먼저 시집보낸 뒤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병원에 갔을 때,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엄마는 입안을 거의 덜어낸 상태였다. 그 곱던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그땐 사실을 숨긴 엄마를 원망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내가 어떻게 살라고……. 


그런데 자식을 낳으니 이제야 알 것 같다. 부모에게 자식은 모든 걸 내줘도 아깝지 않은 존재라는걸. 누군가 엄마가 그리 듣기 좋아하던 “딸이 누구 닮아 예뻐요?”라고 물을 때면 나는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엄마는 그런 내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결혼 준비 함께하지 못해서, 사위에게 씨암탉 대접 못해서 미안하단다. 1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엄마를 볼 때면 겨울바람이 가슴에 스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고맙다. 이렇게라도 엄마가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언젠가 햇살 가득 맞으며 예쁜 오솔길을 나란히 걷고 싶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허미영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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