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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군인이 싫었다

조회수 2018. 9. 27.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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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혼은 꼭 회사원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군인이 싫었다. 군인인 아버지와 사관 학교에 입학한 두 오빠 때문에 군과 관련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은 꼭 회사원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원 재학 중 육군 입대를 권유받았다. 

아빠와 오빠가 해군이었던 터라 육군은 조금 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여군 사관에 소위로 임관했다. 


며칠 후 광주 훈련장으로 교육을 받으러 갔다. 당시 시디플레이어는 금지 품목이었는데, 훈련 중 알게 된 보병 친구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나도 듣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빌려주었다. 이어폰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즐겨 듣던 것과 똑같은 앨범이었다. 친구의 음악적 감성이 고마웠다. 음악학도였던 그와는 교육 후 연락이 끊겼고, 1년 뒤 군악대장이 되었다는 소식만 접했다. 


나는 3년간 의무 복무를 한 후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다. 그리고 2002년 2월, 새해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내다 그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그는 삼척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울진에 있는 큰오빠 집을 가려면 동해나 삼척에서 차를 갈아타야 했기에, 그때마다 그와 만났다. 


꾸준히 연락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레 연애를 시작했다. 그는 매일 오후 다섯 시, 회사 간식 시간에 전화해 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연주나 노래를 들려주었다. 


데이트는 스무 번도 못했지만 음악 구애 작전에 넘어간 나는 8개월 뒤 그와 결혼식을 올렸다. 군을 벗어나려던 다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나는 12년째 군인의 아내로 살고 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현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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