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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는 나를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기뻐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어린 시절, 나는 문학소녀였다. 하지만 상급 학교 진학도 못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아 작가란 꿈을 접었다. 결혼한 뒤에는 삼 남매를 돌보느라 글 쓸 여유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자식 모두 가정을 꾸렸고, 내가 하는 일이라곤 하릴없이 티브이 보는 게 전부였다. 하루는 온종일 티브이 채널만 돌리는 나 자신이 한심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책을 펼치면 오던 잠도 도망갔던 예전과 달리 졸음이 몰려왔다. 이게 다 나이 들어서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분 전환 겸 노인 복지관을 찾았다가 자서전 공모 전단을 보았다. '아, 이거다.' 싶어 곧바로 등록한 뒤 수업을 들었다. 매주 목요일, 두 달 동안의 수업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번엔 도서관에서 수필 강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을 쓸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도서관 위치를 확인한 뒤 그길로 신청하러 갔다.


첫 강의 날, 집을 나서는 나를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걱정했다. 혼자서 가기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기뻐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오랜 세월 잊고 살던 꿈을 비로소 다시 찾은 것 같았다.


이제라도 열심히 배워 좋은 글 한 편 쓴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황순임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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