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는 나를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걱정했다
조회수 2018. 9. 13. 08:00 수정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기뻐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어린 시절, 나는 문학소녀였다. 하지만 상급 학교 진학도 못할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아 작가란 꿈을 접었다. 결혼한 뒤에는 삼 남매를 돌보느라 글 쓸 여유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자식 모두 가정을 꾸렸고, 내가 하는 일이라곤 하릴없이 티브이 보는 게 전부였다. 하루는 온종일 티브이 채널만 돌리는 나 자신이 한심해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다.
책을 펼치면 오던 잠도 도망갔던 예전과 달리 졸음이 몰려왔다. 이게 다 나이 들어서라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분 전환 겸 노인 복지관을 찾았다가 자서전 공모 전단을 보았다. '아, 이거다.' 싶어 곧바로 등록한 뒤 수업을 들었다. 매주 목요일, 두 달 동안의 수업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번엔 도서관에서 수필 강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을 쓸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도서관 위치를 확인한 뒤 그길로 신청하러 갔다.
첫 강의 날, 집을 나서는 나를 아들 내외와 손자들이 걱정했다. 혼자서 가기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기뻐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오랜 세월 잊고 살던 꿈을 비로소 다시 찾은 것 같았다.
이제라도 열심히 배워 좋은 글 한 편 쓴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황순임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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