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사는 게 별거 아니구나,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조회수 2018. 7. 31.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화사한 햇살처럼 순박한 세 분의 얼굴이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나는 4년 전부터 아버지와 산다. 젊은 시절, 워낙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었던지라 나는 세상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려웠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아버지도 많이 약해졌다.


병원 출입이 잦다 보니 나는 작은 기침 소리에도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아버지에게 나는 '오뚝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아버지 친구분이 전화를 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니, 혹시 무슨 일이 있느냐고 안부 전화한 것이었다.


며칠 후, 아버지가 퇴원하자 친구 두 분이 빨리 완쾌되길 바란다며 국화 몇 뿌리를 자루에 담아 집에 찾아왔다. 두 분은 괭이와 삽, 호미까지 가져와 괭이질을 시작했다. 구십 가까이 되는 분들이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모습으로 국화를 심었다. 아버지가 건강해져 국화 자라는 모습을 봐야 한다며 연신 위로를 건네면서 말이다.


난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 술상을 차렸다. 세 분은 음식을 앞에 두고 젊었을 적 이야기를 꽃피우며 한동안 웃음 지었다. 


잠시 후 아버지는 아기처럼 아장아장 걸어 친구들을 배웅하며 덕분에 땅을 밟아 본다고 행복해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은지 사는 게 별거 아니구나,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화사한 햇살처럼 순박한 세 분의 얼굴이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서옥순 님의 사연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