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할 때 형편이 어려워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조회수 2018. 7. 28.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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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만큼은 꼭 가족끼리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작년 이맘때쯤 “우린 제주도 언제 가요?”라는 딸아이 말에 통장 하나를 만들었다. 통장에 '가족 여행'이란 이름도 붙였다. 


아내와 결혼할 때 형편이 어려워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더욱이 10주년 결혼기념일도 챙기지 못한 게 내내 아쉽고 미안했다. 여행을 목적으로 돈을 모으기가 왜 그렇게 힘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꼭 가족끼리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경비를 모으기 위해, 우리 부부는 시간 날 때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고철이나 상자를 모아 팔기도 했다. 딸아이 역시 밖에서 놀다 캔 이라도 하나씩 들고 올 정도였다. 그런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어느새 1년이 흘러 드디어 우리 가족의 정성이 모인 통장을 품에 안았다.


그런데 얼마 전, 어머니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던 어머니는 요양 보호사 공부를 하고 싶다 했다. “네. 한번 도전해 보세요.”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학원비와 교통비 등 이것저것 합치면 목돈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여행비 통장을 떠올렸다.


나는 며칠 고민하다가 가족회의를 열었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딸아이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는 여행을 미루더라도, 그 돈을 할머니를 위해 쓰면 좋겠다고 했다. 


마냥 어린 줄 알았는데, 고작 열 살 된 아이의 생각이 기특해 마음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오히려 마음 졸였던 내가 부끄러웠다. 혹시 딸아이가 투정 부리길 기대했던 건 아닌지……. 사랑하는 가족을 보며 오늘도 내가 사는 이유를 깨닫는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장성웅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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