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늦었다고 결과도 늦는 것은 아니다
조회수 2018. 7. 19. 11:56 수정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출발한 지 오 분이 지난 상태였다.
남보다 길었던 6년 4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이듬해,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그날 나는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여유가 있을 줄 알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출발한 지 오 분이 지난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목시계도 고장 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준비 운동까지 하고 다소 늦게 출발했기에 압박감이 컸다. 맨 뒤에서 조금씩 속도를 조절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멈춰 서는 안 된다!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라는 오기도 생겼다.
오 분 후 하프 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고장 난 시계 때문에 시간을 알지 못한 채 달리다 보니 새삼 시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16킬로미터 구간을 지나고서야 '이제는 안정적으로 질주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몸 상태와 속도 조절에 더욱 신경 쓰며 결승점까지 달렸다. 참가자가 대략 2,900명이었는데, 약 2,700명을 추월해 결승점에 들어왔다.
기록은 예전 대회보다 1분을 앞당긴 한 시간 31분 37.14초였다. 보름 후, 주최 측으로부터 이십 대 남자 부문 3위 상장과 상패를 받았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마라톤을 통해 '출발이 늦었다고 결과도 늦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으며 전화위복의 교훈은 물론 긴 군 복무로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현재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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