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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휴대 전화 좀 돌려주세요. 제발

내가 남자를 만나 휴대 전화를 건네자 그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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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작성일자2018.07.14. | 41,441 읽음

여수에서 잠시 택시 기사로 일했을 때 추억이다. 어느 늦은 밤, 차에 오른 한 손님이 말했다. 


“택시 기사 중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소!” 

사십 정도로 보이는 그에게서 진한 술 냄새가 났다. 


“무슨 일 있으세요?” 

“휴대 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렸는디 돌려주지 않아 엊그제 새로 구입했수다.” 


그는 자초지종을 말하며 언성을 높였다. 나는 좋은 사람도 많다며 그의 마음을 풀어 주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말씀 마슈. 택시 기사는 모두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손님은 문을 쾅 닫고 밤거리로 사라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손님을 태우려고 차를 세우는데, 휴대 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기사님! 방금 내린 사람이오.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휴대 전화 좀 돌려주세요. 제발.” 

“걱정 마세요. 10분만 기다리세요.” 


그 시절엔 휴대 전화 고리가 유행이었다. 그 역시 노란 복 돼지 두 마리를 달고 있었다. 예전에 귀금속 일을 했던 나는 그 복 돼지가 순금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내가 남자를 만나 휴대 전화를 건네자 그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고맙다고 했다. 


“가진 현금이 이것뿐이라…….” 

나는 그에게 “돈은 필요 없습니다. 다음부턴 물건을 잘 챙기십시오.”라고 인사하며 돌아왔다.

 

다음 날,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이 기사님, 방금 어떤 남자분이 다녀가셨어요.” 

회사에 도착해 보니 그가 두고 간 음료수 한 상자와 흰 봉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봉투 속엔 현금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선생님, 제가 어제 취중이라 큰 실례를 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앞세워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긍정적으로 살겠습니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으니까요. 선생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상록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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