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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거짓말한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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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작성일자2018.06.26. | 7,24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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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4월, 우리 가족은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 드넓은 백사장을 차로 시원하게 달려 보자며 부푼 기대를 안고 해변에 도착했다. 그러나 들어서자마자 차가 모래에 빠져 버렸다. 


온 가족이 차를 밀었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모래 속으로 더 깊숙이 빠졌다. 그때 농부처럼 보이는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사륜구동 차나 특수차만 모래 위를 달릴 수 있다고 알려 줬다. 이민 초년생이었던 우리 가족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집에 가서 트랙터를 끌고 올 테니 기다리라며 떠났다. 그런데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해는 지고 있었고 바닷물도 차 앞까지 밀려왔다. 나는 그가 거짓말한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오고 있었다. 집이 멀어 늦었다는 그는 삽까지 챙겨 왔다. 체인을 차에 건 뒤, 트랙터로 끌어당기니 우리 차는 모래 속을 쉽게 빠져나왔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고마워 90도로 인사하곤 100불짜리 지폐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정색하면서 돈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여행하라며 유유히 사라졌다.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민 그의 거친 손을 잊을 수가 없다. 꼭 한 번 만나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 정말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규홍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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