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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심이 뚝 하고 부러졌다

조회수 2018. 6. 29. 18: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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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대학에 떨어지나 보다..'

1986년 겨울,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고 합격자 발표를 앞둔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시험을 치르던 난 또각또각 연필소리를 내며 답을 써 내려갔는데 그만 연필심이 뚝 하고 부러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시험에 몰두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누구 하나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 나는 대학에 떨어지나 보다…….'

저녁 늦게 일터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새벽에 나가 밤늦도록 일한 엄마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옛날에 가난한 선비가 밤낮없이 공부해 과거를 치르러 가던 길에 허름한 주막에 묵었단다. 시장한 선비는 저녁을 먹고 쪽잠을 청했는데 꿈을 꾸었어. 술을 마시던 중에 술병의 모가지가 댕강 떨어져 나가 와장창 깨진 거야. 허나 그 꿈을 꾸고 과거를 치른 선비는 훗날 병조판서가 되었다는구나. 너는 연필심이 뚝 부러지는 꿈을 꾸었으니 나중에 훌륭한 선생이 될 거야. 좋은꿈이니 염려 말아라.”


엄마의 해몽 덕분인지 나는 보란 듯이 교대에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5년째 아이들의 부러진 연필을 깎아 주며 주저앉으려는 학생을 격려한다.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자식의 흉몽을 길몽으로 바꾸어 준 어머니의 지혜가 언제나 희망을 노래하는 교사로 나를 이끌어 준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홍계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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