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한테 꽃바구니 보내는 사람은 처음 봤네."
남편은 결혼기념일 때마다 노처녀를 구제했다며 선물을 내놓으라고 했다.
동갑이지만 내가 생일이 빨라 누나였다. “누나에게 까불지 마라.”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선물을 정성껏 준비해 건네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어쩐지 서운했다. 남편은 받는 데만 익숙해 남을 챙겨 주거나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몰랐다. 이런 남편에게 무엇을 바라는 내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다시 돌아온 결혼기념일, 우울한 마음에 내가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로했다. 근처 꽃집에서 장미 백 송이에 안개꽃을 듬뿍 넣어 꽃바구니를 주문했다. 그러곤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배달을 부탁했다.
배달된 꽃을 보고 남편이 물었다. “누가 보낸 거야? 당신 이름이 있긴 한데.” “메모지 있으면 읽어 봐.” 메모지에는 내가 미리 쓴 “언제나 사랑스러운 당신에게.”라는 글이 있었다.
식사 후, 남편은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누가 보냈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몰라. 나를 사랑한 사람이 또 있나 보지.” 그러자 남편의 표정이 굳어졌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천 번을 생각해 봐. 답이 나오나.'
그런데 이튿날, 남편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자기한테 꽃바구니 보내는 사람은 처음 봤네.” “어떻게 알았어?”
남편은 꽃집에 들러 알아보았단다. 그러면서 받고 싶으면 말을 하지 그랬느냐며 미안해했다. 옆에 있던 꽃바구니가 나를 보며 방긋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송영희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