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우린 결혼한 지 한 달 지난 신혼부부다. 남들은 한창 깨소금 쏟아질 때라며 부러워하지만 마냥 단꿈에 젖어 살지는 못한다. 경찰 기동대에 근무하는 나 때문이다.
불규칙한 출퇴근과 언제 바뀔지 모르는 휴무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다 보니 아내가 힘들어했다. 이른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귀가하고 쉬는 날엔 잠만 자는 남편이 야속했나 보다.
며칠 전,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내게 아내는 오늘만큼은 하늘이 두 쪽 나도 같이 저녁 먹자고 했다.
하지만 그날 역시 일찍 퇴근하지 못하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집으로 향했다. 아내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를 보니 마음이 더욱 무거웠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소파에서 잠들었고 식탁에는 차갑게 식은 미역국과 불고기, 잡채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 있었다. 그 옆에는 쪽지도 있었다.
“오늘이 당신 생일이야. 결혼 후 처음 맞는 생일이라 내가 솜씨 좀 발휘했어. 근데 정작 주인공이 없네. 얼른 퇴근해서 맛있는 생일상 받아 주세요.”
알고 보니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자기 생일도 기억 못하는 무심한 남편을 위해 정성껏 생일상 차린 아내를 그저 바가지만 긁는다고 여겼으니, 나 자신이 한심했다.
연애 시절 경찰 제복 입은 모습에 반했다던 아내, 지금도 그 모습을 사진첩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당신이 경찰관의 아내로서 갖는 자부심에 누가 되지 않게 성실히 근무할게. 출근 때마다 다치지 말고 무사히 다녀오길 바라는 기도가 항상 고마워.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안진우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