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차를 가지고 올 건데 괜찮으면 함께 타시겠어요?
지난 일요일 과천의 한 미술관에 갔다. 그런데 밖을 보니 비가 심상치 않게 내렸다. 집을 나설 때 우산을 챙기려다 짐스러워 그냥 온 것이 후회됐다. 결국 모자를 꺼내 쓰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뛰었다.
매점 앞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는데 키 큰 남학생과 단발머리 여학생이 팸플릿 한 장을 쓰고 달려왔다. 비를 피해 내 옆으로 들어오며 눈이 마주치자 남학생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산 안 가져오셨어요? 저희도 우산이 없어서요.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 보겠어요.”
정류장에 도착하니 아가씨 한 명이 보였다. 버스 기다리느냐고 물으니 셔틀버스 운행이 끝났다는 게 아닌가. 우리 셋은 난감한 얼굴로 내리는 비를 바라봤다. 그때 아가씨가 말했다.
“친구가 차를 가지고 올 건데 괜찮으면 함께 타시겠어요?”
그렇게 우리 넷은 차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남학생이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옷에 넣으면 휴대 전화 젖을 거예요. 여기다 넣으세요.”
처음에는 의아하고 당황스러웠지만 또래 아이들 같지 않은 배려심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잠시 후 아가씨 친구가 차를 몰고 왔다. 덕분에 전철역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전철역에서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참 따뜻했다. 어린 친구들이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은 물론, 차에 태워 주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연이어 만났는지…….
그 좋은 기억이 나 역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 학생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진아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