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임승차자가 되고 말았다
조회수 2018. 1. 4. 08:00 수정
검표할까 두려워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말 저녁, 고향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끊으려는데 온양온천역까지는 좌석이 있었지만 그 후 영등포역까지는 입석밖에 없었다. 나는 온양온천역까지 간 뒤 스마트폰으로 입석표를 끊자는 생각으로 기차에 올랐다.
온양온천역에 도착해 영등포역까지 가는 표를 구매하려 했다. 하지만 그제야 입석표는 역에서만 발매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차는 이미 다음 역을 향해 출발했고 나는 무임승차자가 되고 말았다. 검표할까 두려워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입석표 소지자가 가장 많은 4호 차 카페로 향했다. 문을 여니 사람들로 빼곡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난민 열차 같았다.
순간 '이렇게 많은 이의 검표를 어떻게 해. 저 틈에 앉아 영등포역까지 갈까? 한 시간만 더 가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처럼 바닥에 앉았다.
하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 양심이 자신을 지켜 달라며 소리쳤다.
바로 일어나 스낵바(간이식당) 판매원에게 갔다. 입석표를 살 수 있는지 묻자 방송실 승무원에게 구매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방송실로 가 상황을 설명하곤 4,800원짜리 입석표를 샀다. 한 손에 승차권을 쥐고 카페 칸으로 돌아와 바닥에 앉았다. 마음이 후련했다.
영등포역에 도착할 때까지 검표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양심을 외면하지 말자는 4,800원짜리 인생 공부를 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시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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