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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지나자 효과가 나타났다

나는 날마다 그 인사말을 들으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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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 작성일자2017.12.14. | 26,62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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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교정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며 나를 반겨준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마음이 밝은 표정과 사랑스러운 인사말에 담겨 그대로 전해졌다.


나는 날마다 그 인사말을 들으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초등학교를 새로 옮기면서 인사말을 “사랑합니다.”로 바꾸기 위해 애쓴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랑합니다.”는 기존의 “안녕하십니까?”에 밀려 3위였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라는 말이 계속 입안에 맴돌아서 혼자 “사랑합니다.” 쓰기 운동을 했다. 


사랑의 정의에 대한 사전 교육 없이 실시한 설문조사는 잘못이라는 억지 논리를 앞세운 것이다. 사랑이란 남녀는 물론 부모, 형제, 친구, 선후배 사이에 오가는 아름다운 감정이며, 인류를 포용하는 단어임을 강조했다.


“어린이 여러분, 사랑합니다.”로 조례를 시작하고,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먼저 “사랑합니다.”를 외치고 다녔다. 그랬더니 아이들도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하루아침에 바뀔 일이 아니기에 가랑비에 옷 젖듯, 낙숫물이 주춧돌을 뚫듯 느린 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더러 “안녕하십니까?”하면 “사랑합니다.”로 대답했다. 그러면 “아 참! 사랑합니다.”하고 다시 인사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한 달쯤 지나자 효과가 나타났다. 초기에는 장난삼아 새 인사말을 쓰는 듯했지만 점점 익숙해져 나만 보면 자연스레“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학교는 온통 “사랑합니다.”라는 소리로 생기가 넘친다. 줄을 서서도, 밥을 먹다가도 만나면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하고, 다 큰 남자아이도 어색함 없이 “사랑합니다.”라면서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하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기도 한다. 남자 선생님은 모자를 벗고 “사랑합니다.”라고 굵은 목소리로 정중하게 인사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잘못한다. 특히 경상도 남자들이 이런 예쁜 말을 잘못하는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엄마, 아빠 사랑해요.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생활화함으로써 어른이 되면 “여보, 사랑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일상 용어가 되니 얼마나 좋은가? 작은 일도 감사하고 사랑할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다.


요즘 우리 학교 아이들 표정이 무척이나 곱고, 목소리도 예뻐졌다. 내가 그런 모습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사랑합니다.”는 사랑하면 절로 나오는 말이다. 또한 “사랑합니다.” 하면 마술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는 그런 인사를 즐겨 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선옥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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