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익숙한 음악이 새롭게 들린다

조회수 2017. 11. 29.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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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은 이미 알고 있던 음악도 새롭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유학 시절, 아버지 사업이 갑자기 어려워져 생활비를 받지 못했다.


“다음 주에 공사 대금 나오면 보내 줄게. 우리 딸, 꿋꿋이 졸업 시험 준비해 줘 고맙다.”


나는 일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루 두세 시간씩 걸으며 찾아낸 무료 신문엔 다양한 구인 광고가 있었다. “신문 배달부 구함.” 이거라면 언어 문제없이 할 수 있을 듯했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새벽에 일하는 것도 안심이었다. 형편 넉넉한 친구들에게 궁색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첫날 집을 나서며 품었던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새벽 5시 전까지 맡은 배달을 끝내야 했는데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았다. 결국 몸살로 하루 만에 그만두었다. 열이 38.5도까지 올랐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두 달 후면 졸업 시험인데, 차라리 연습이나 할걸!' 시간이 아까워 듣기라도 할 요량으로 시험 곡인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틀었다. 


첫 코드를 듣는 순간 지금까지 연습했던 그 곡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마냥 화려하고 기교적으로 연주했던 장식음들이 서글픈 내 마음을 위로했다. 


 쇼팽은 첫사랑에 대한 연민과 고뇌를 담아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 성장하고 예술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정원중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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