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 당일, 감독관으로 들어갔다

조회수 2017. 8. 31. 10: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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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해야 합니다. 수험생들이 굉장히 예민해요. 잠깐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되니까요."
“세심해야 합니다. 수험생들이 굉장히 예민해요. 잠깐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되니까요.”

임용 고시 감독을 앞둔 회의에서는 신중할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시험 직전, 모든 전자 기기를 걷었다.
한 수험생이 물었다.
“전자 초시계도 안 되나요?”
“물론이죠. 아날로그 시계 빼고 다 제출하세요.”
“저는 그걸로 연습했는데요.”

그때 뒷자리 여학생이 “저 손목시계 두 개 가져왔어요.” 하며 하나를 건네주었다. 앞자리 수험생은 불안과 짜증이 섞인 얼굴로 시계를 건네받았다. 본인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을텐데 여분의 손목시계를 준비해 나눠 준 여학생의 너그러움이 마음에 와닿았다.
2교시가 되니 시계를 건네준 여학생 자리에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여학생은 햇빛을 가리며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아뿔싸, 햇볕 생각을 못했다. 눈이 부시느라 제대로 집중을 못할 터였다. 나는 지금 커튼을 치는 게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마음만 졸였다.
점심시간에 두꺼운 도화지를 창에 붙여 햇빛을 가려 주었다. 3교시 시험지를 나눠 줄 때, 여학생에게 말했다.

“아까 햇빛 때문에 시험 보는 데 힘들었지요?”
“아니요, 괜찮았습니다!”
새하얀 미소에 또 감탄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랐다.

얼마 후, 올케 집에 들렀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지인 딸이 이번에 아가씨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임용 고시 보고 합격했대요. 감독관이 참 잘해 줬다네요.”

이름을 물으니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며칠 뒤 여학생이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전해 받았다.
“시험날 너무 떨렸는데, 배려하고 격려해 주셔서 편안히 시험 보고 합격했습니다.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꼭 전해 주세요.”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영숙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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