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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일은 무슨? 술이나 먹겠지. 난 아버지 싫어.

조회수 2017. 8. 4. 13: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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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취업시켜 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보증을 섰고, 엄마가 힘들게 산 집마저 넘어갔다. 이후 아버지와 말도 없이 지냈다.

고등학교 체육 대회 날, 도시락을 깜빡했다. 


“엄마, 점심시간 전에 꼭 갖다줘.”

전화를 걸어 할 말만 하고 끊었다. 운동장에서 응원하던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영숙아! 도시락 가져왔다.”

낡은 목발을 짚고 걸어오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누구야? 영숙이 아버지야?”

아이들의 소곤거림에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친구 숙희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너희 아버지가 전해 달라고 하셨어.”

나는 도시락을 확 밀쳤다. 엄마가 싸 준 김밥이 교실 바닥을 뒹굴었다.


아버지는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그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엄마가 빵 공장에서 번 돈으로 네 식구가 생활했다. 아버지는 취업시켜 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보증을 섰고, 엄마가 힘들게 산 집마저 넘어갔다.  이후 아버지와 말도 없이 지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숙희 집에서 노는데 “찹쌀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사 먹을까?”

“난 돈 없으니까 심부름할게.”

나는 친구들 돈을 모아 소리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저씨! 찹쌀떡 얼마예요?”

어둠 속 익숙한 실루엣이 아버지로 변했다.

“어……. 영숙아! 엄마가 친구네 놀러 갔다더니 찹쌀떡 사 먹으러 왔구나. 이거 가져가서 나눠  먹어.” 

아버지는 찹쌀떡을 봉지에 담아 주었다.


어젯밤, 엄마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부지 너무 미워하지 마라. 니 생일 선물로 운동화 사 준다고 요즘 일하러 댕기는 모양이다.”

“일은 무슨? 어디서 술이나 먹겠지. 난 아버지 싫어.”


종이봉지에 담긴 하얀 찹쌀떡이 어찌나 그렇게 서글프고, 속상하던지. 찹쌀떡을 들고 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너희 먹으라고 주신 거야. 우리 아버지, 찹쌀떡 장사하시거든.”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찹쌀떡을 먹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내 책상엔 찹쌀떡만큼 하얀 운동화가 있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최영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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