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합시다.

조회수 2017. 7. 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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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을 생각이라면 애당초 큰 밭에 가서 일했지요. 좋은 이웃이나 합시다."

퇴직 후 소일거리를 찾았다.


적당한 밭을 수소문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소개받은 밭은 산과 계곡이 가까워 좋았다. 감자를 심을 요량으로 돌줍고 풀 뽑으며 사흘을 내리 일했다. 그런데도 진척이 더뎌 금세 지쳤다.


나흘째 날, 밭에 가 보니 풀이 말끔히 정리되고 땅은 정갈하게 갈린 게 아닌가.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누가 이렇게 고마운 일을 했을까? 물어물어 알아보니 건너편에 트랙터를 가진 분이었다. 


급히 찾아가 인사했다. 

분은 오히려 시골에 농사지으러 와 준 우리가 고맙단다. 얼마라도 사례하려 하자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돈 받을 생각이라면 애당초 큰 밭에 가서 일했지요. 좋은 이웃이나 합시다.”


마침 점심때라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며칠간 일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단다. 저러다간 올해가 지나도록 감자를 얼마 심지 못할 듯해 대신 밭을 정리했다며 웃었다. 또 농로가 좋지 않으니 소 외양간에서 거름도 실어다 주겠다고 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이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어떻게 신세를 갚을지 고민하며 즐거워했다.
 


덕분에 감자밭에는 꽃봉오리가 맺혔다.

앞으로도 끈끈한 정이 이어지면 좋겠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건원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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