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71년된 폐극장 살린 의외의 회사
1948년, 흑백영화의 꽃이 가득 피어나던 시기. 미국 뉴욕 4번가에 파리 시어터(The Paris Theater)가 문을 열었습니다.
프랑스 영화사 파테가 오픈했기 때문에 이름도 파리 시어터. 무성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오는 시점에 빛을 발했던 배우 마를렌 디트리히가 리본 커팅을 하면서 뉴욕 거리에 프랑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되었습니다.
파리 시어터는 뉴욕의 유일한 단일 스크린 극장입니다. 최근 문을 연 극장에 가면 상영관이 5~10개 규모이지만 이곳에서는 오직 하나의 작품만을 감상할 수 있죠.
최초 상영 영화 '전원 교향곡'을 시작으로 올리비아 핫세 주연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68)' 등 명작들이 이 스크린을 거쳐갔으며, 최근까지도 수많은 예술 영화들이 이곳에서 상영됐습니다.
71년간 한결같은 감성으로...
그러나 지난 여름, 파리 시어터는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바로티(Pavarotti, 2019)'를 끝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파리 시어터의 객석은 단 581석. 이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날이 많았고 대형 극장과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달, 상업영화로 인한 예술영화 저변 축소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가 파리 시어터를 임대한 것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먼저 역사적인 극장을 보존해 영화 애호가들의 보금자리를 만든 점이 가장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설 자리를 잃은 소극장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오프라인 극장으로 상영관을 넓힐만한 기업이 됐다는 부분도 시사하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이집트 극장(Egyptian Theatre) 인수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신촌 녹색극장, 광화문 국제극장, 미아 대지극장 등 오래된 영화관들이 문을 닫아 안타까움을 자아낸 적이 있었죠.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있는 오래된 극장들,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