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사정에 고통 받는 스파이더맨

조회수 2019. 8. 23. 23: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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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VS 마블
스파이디 등 터진

21일, 새벽같이 터진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많은 마블 팬 분들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스파이더맨 영화 계약 조건과 관련된 마블과 소니의 협상 결렬 보도였죠.

마블 스튜디오에게 스파이더맨 판권은 쭉 골치아픈 문제였을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때부터 MCU 합류에도 성공했고, 두 개의 솔로무비와 팀업 무비인 어벤져스에도 모습을 드러내 명실상부한 어벤져스 멤버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긴 했지만 여전히 판권은 마블이 아닌 소니에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초기 협상이 긍정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만, 추가 협상 진행중이라는 소식 이후에는 정확한 공식 정보가 없기 때문이죠.


판권, 수익 분배, 제작비, 저작권...

마블은 재정난에 휩싸여 캐릭터 판권을 여기저기에 팔아치우며 명맥을 유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파산 위기에 몰린 마블은 20세기 폭스사를 비롯해 소니 픽쳐스 등 다양한 스튜디오에 캐릭터의 판권을 판매했죠.

한창 복잡했던 상황의 정리 이미지

이 때문에 초창기 마블 캐릭터들의 영화는 일정한 세계관으로 묶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MCU의 시작이었던 '아이언맨'의 제작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방대한 세계관과 캐릭터들 간의 관계가 코믹스 히어로들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묘사할 수 없는 영화는 성공하기 어려웠습니다. 

블랙 팬서와 스톰의 결혼식

단적인 예를 들면, '블랙 팬서'의 주인공인 트찰라의 아내는 영화에서의 나키아가 아닌, 엑스맨 멤버 중 하나인 스톰입니다. 


두 캐릭터는 서로의 첫사랑이자 결혼까지 했는데도 함께 등장할 수 없었죠. 엑스맨은 20세기 폭스 사에서, 블랙 팬서는 마블에서 판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판권을 보유하지 않은 스튜디오에서는 해당 캐릭터에 대한 언급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니까요.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이라고도 불리는 2002년작

이 중 스파이더맨에 대한 권한은 소니 픽쳐스에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소니에서는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한, 지금도 명작으로 꼽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리부트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그리고 최근의 '베놈'까지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캐릭터들을 영화화할 수 있었던 것이죠.


스파이더맨의 집은 어디인가

스파이더맨은 마블 코믹스의 대부격이자 작년에 고인이 된 스탠 리에게 있어서도 특별히 애정이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1962년 처음 등장한 이래 마블 최고 인기 히어로로서 자리를 내 준 적이 없을 만큼 사랑받은 캐릭터이기도 했죠. 그래서 MCU의 어벤져스가 흥행하면서도 '스파이더맨은 왜 나오지 않느냐'는 팬들의 의문이 있어 왔죠.

마블은 거대한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파이더맨뿐만 아니라 여타의 수많은 캐릭터 판권들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즈니의 지난 3월 폭스 사 인수로 엑스맨까지 마블의 품에 돌아오면서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예외였어요. 2000년대 초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거미 맛을 본 소니가 피터를 놓아줄 리 없었던 것이죠. 


스파이더맨 외의 캐릭터 판권을 갖고 있었던 스튜디오들은 많았지만 엑스맨 유니버스 외에는(그나마도 끝은 안 좋았죠) 그리 출중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 회수는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소니는 달랐습니다.


판권 계약의 맹점

마블 코믹스가 판권을 팔기 시작했을 때, 계약 조항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캐릭터 판권을 이용한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을 경우 마블에게로 판권이 자동 회수된다는 내용이었죠. 


때문에 판권 소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많았고, 다수가 눈에 띌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습니다. 어쩄든 이 조항 덕분에 돌아온 캐릭터가 꽤 많습니다. 어벤져스 초창기 멤버 대부분이 이 조항 덕에 마블로 회수되었죠. 스파이더맨의 경우에도 이 조항이 있었지만, 이야기는 약간 더 복잡합니다.

마블은 지금은 없어진 회사인 캐논과 캐롤코에 스파이더맨 판권을 나누어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도산하게 되었고, 이 중 캐롤코를 MGM이 인수하게 됩니다. 


회사를 인수했으니 캐롤코에 있던 판권 역시 MGM으로 들어온 셈이지만, 마블은 이런 점에 대해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경영난이 여전했던 상황이라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죠.

사자 우는 로고로 유명한 그 회사입니다

캐논과 캐롤코가 도산했고, 일정 기간 이상 콘텐츠 제작이 없었기에 마블은 스파이더맨 판권이 자기들에게 돌아왔다고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판단 하에 소니 쪽에 스파이더맨 판권을 다시 한 번 판매합니다. 말하자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중계약을 한 겁니다.

하...

이제 싸움은 소니 vs MGM 구도가 되었죠. 소니는 이 때 MGM에게 특이한 제안을 합니다. 소니가 갖고 있었던 007 시리즈 판권을 넘길 테니 스파이더맨 판권을 달라는 거였죠. 당시에는 스파이더맨은 영화화되어 크게 성공한 적 없는 캐릭터였고, 그에 비해 007 시리즈는 메가히트를 기록한 인기 IP였습니다. MGM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이렇게 트레이드 계약이 성사됩니다.

이 때 계약의 주체는 마블이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마블은 모든 캐릭터 판권 계약에 있던 '일정 기간 동안 콘텐츠 제작을 하지 않을 경우 판권이 마블에게로 돌아온다'는 조항을 넣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의 판권은 소니에게 영구 귀속되어 버립니다.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가 없어요

소니는 스파이더맨의 영구적인 판권을 갖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회수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거기에 소니는 이미 스파이더맨으로 성공을 한 사례가 있었으니, 마블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판권을 넘겨줄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이후에는 스파이더맨의 빌런 팀인 시니스터 식스의 영화화 계획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판권 캐릭터들을 이용한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자체적으로 수립할 계획을 장대하게 세우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소니 입장에서는 더더욱 호락호락하게 넘겨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에 시니스터 식스를 넣어서 한풀이를 했을지도

하지만 마블 입장에서는 '아이언맨'과 '어벤져스'가 역대급 성공을 거두면서 스파이더맨을 합류시키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더욱 강해지게 됩니다. 스파이더맨이 워낙에 오래된 캐릭터이기도 하고, 마블의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 중 하나였기에 더더욱 그랬죠. 


그 때문에 마블은 손해보는 장사를 합니다. MCU에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합류시키기 위해 판권을 '빌려오는' 형태의 계약을 한 거죠.

영화 '디 인터뷰' 포스터
제임스 프랭코와 세스 로건이 나오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마구 심각한 다큐와는 관계가 없고 김정은이 희화화되서 나오죠.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항은 아니었지만, 이 계약의 정황은 참 불행한 방식으로 세상에 드러납니다. 소니 픽쳐스의 타이틀 중 하나이자 김정은을 소재로 한 영화인 '인터뷰' 때문에 북한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북한에서 소니 픽쳐스를 해킹했고 이 계약 내용(외에도 문제성 정보들은 많았습니다만)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종전까지의 계약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영화 제작비는 소니가 모두 부담한다.

2. 각본과 연출 및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은 마블 스튜디오가 진행한다.

3. 개봉 첫 날 수익의 5%와 관련상품 수익은 디즈니가 갖되, 이외의 수익은 소니가 갖는다.

이 마블과 소니의 협약 덕분에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마블은 영화를 전부 만들고도 수익 면에서는 아주 초라한 액수만 가져가야 했죠.

출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MCU 첫등장

마블의 재협상 시도

톰 홀랜드는 총 6편의 MCU 영화에 출연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이 6편에는 팀업 무비도 포함되어 있으니, 앞으로 딱 한 편 남은 셈이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

<스파이더맨: 홈커밍>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그리고 스파이더맨 솔로 무비 한 편이 남아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MCU의 4페이즈가 아닌 3페이즈에 포함된다는 게 알려지면서 모두가 당연히 4페이즈에 다음 솔로무비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발표된 4페이즈 라인업에는 스파이더맨 3편이 빠져 있었습니다. 다소 의아한 부분이었지만 그 이유가 바로 21일 새벽에 드러나게 됩니다.

MCU 4페이즈 라인업
개봉시점이 미확정 상태인 블레이드와 판타스틱 4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스파이더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블과 소니는 종전의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마블도 제작비를 부담하는 대신, 수익분배 조건을 바꾸자는 거였죠. 소니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건 확실해 보이지만, 영화의 제작이나 흥행에 큰 역할을 하는 마블 입장에서는 다른 얘기였을 테니까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글로벌 흥행이 10억 불을 넘어서는 대성공을 하게 되면서 마블은 재협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1차 협상은 결렬되고 맙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협상은 무려 6개월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초반에는 소니가 이 재협상에 부정적이었다는 게 정설처럼 퍼지고 있었지만, 한 소니 내부 관계자는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며, 종전 계약 유지에 관심이 없었던 건 오히려 디즈니 쪽이라고도 합니다.


가장 신빙성 있어 보이는 것은 디즈니가 파트너십 분배의 비율을 5:5로 가져가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제작비도 똑같이 부담하고, 수익도 똑같이 나누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디즈니 측에서 먼저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소니 측에서 반발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21일 오전에 이 이야기가 처음 나오고 난 후 현지 외신 보도조차 제각기 다른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협상에 아직 희망이 있으며 종전 형태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하고, 소니와 마블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스파이더맨 영화는 계속될 것이라고도 합니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모든 협상이 결렬되었고 계약은 완전히 파기되었다고도 하고 있어요.

뭘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협상 시작과 결렬된 내용 자체도 공식적으로 발표된 정보가 아니고, 현지 외신을 통해 특보로 나온 이야기이기에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죠. 확인된 것은 그저 스파이더맨이 MCU에서 빠져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라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는 소니와 마블이 재협상 중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워낙 사안이 크다 보니 온갖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죠.


협상 결렬,
양측 모두의 손해일 텐데

이미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10년간 인피니티 사가를 성황리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마무리한 터인 MCU에게 스파이더맨은 다음 페이즈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주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마블도 이런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건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마블에서 내놓은 솔로무비 중 히어로 개인의 서사가 가장 부족하다고 꼽히는 것이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뭐 이건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를 비롯해 후발주자였던 블랙 팬서,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해서 시작부터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에게 큰 영향력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의 멘토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고, 최근작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도 아이언맨은 이미 사후인데도 지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었죠. 


이 모든 게 스파이더맨이 언제든 소니 측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마지막 장면에서 벌어져 버린 초유의 사태를 보면 이 상황을 모두 예견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어쨌든, 소니의 경우 MCU로 스파이더맨이 들어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작업을 해 왔습니다. 


영화 쪽에서는 자체적으로 새로 만든 스파이더맨을 등장시킬 순 없었겠지만, 스파이더맨의 빌런 중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베놈>의 실사화에 성공했죠.

거기에 '스파이더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도입한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도 있었습니다. 코믹스에 등장하는 여러 버전의 스파이더맨에, 그웬 스테이시의 스파이더맨까지 등장했고 애니메이션 완성도 면에서도 인정을 받아 수상까지 했어요. 그리고 이 유니버스를 토대로 향후에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겠다고도 말했죠.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PS4 플랫폼으로 출시된 <마블스 스파이더맨>이 인기작으로 등극하면서 호평을 받았거든요. 더불어 이 타이틀을 시작으로 스파이더맨 게이밍 유니버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도 말했어요.

소니 입장에선 놔줄 이유도 없고, 일련의 프로젝트들이 성공을 거두었기에 놔줄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마블과의 협상이 완전 결렬되면 그것도 소니 입장에서는 이득될 건 없을 거에요. 수익의 90% 이상을 소니가 가져가는 형태의 계약이었고, MCU의 인기와 흥행에 업혀 가는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MCU의 스파이더맨을 통한 파급효과는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될 테니, 소니는 이제 MCU의 인기와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대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끝나 버린다면, 톰 홀랜드 주연이자 MCU에 포함되는 스파이더맨 세 번째 솔로무비는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평화로운 방안은 종전 그대로 계약이 유지되어 MCU에 스파이더맨이 이전과 같이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겠지만 회사 대 회사의 수익 문제가 걸려 있으니 쉽지는 않겠지요.

팬 입장에서는 두 회사가 눈앞의 수익 문제보다는 팬들과 관객들의 마음을 더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부디 소니와 마블의 싸움이 진흙탕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만 괴롭혀요

필자: 희재

까칠한 잡덕이지만

해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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