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닝 게임 '왕좌'는 바뀔까?

조회수 2018. 5. 31.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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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러너Z', 굳어있는 러닝 게임 판에 서다

생각해보면, '러닝 게임'은 정말 착실하게 제 길을 걸어온 장르가 아닐까 싶다.

(자동으로) 달린다, 피한다, 목적지까지 or 최대한 멀리까지 간다. 워낙 심플하게 추려낼 수 있는 포맷. 그래서일까. 플랫폼을 불문하고 오래된 게임, 특히 아케이드나 액션 장르 게임들 중에는 '러닝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는 작품이 꽤 있다.


러닝 게임이라는 말 자체는 비교적 최근에 정립됐을지언정, 게임의 뼈대 자체는 게임산업의 거의 초창기부터 족적을 남겨온 셈이다.

▲ "느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따지고 보면 이 펭귄님께서는 종스크롤 러닝 게임의 조상님쯤 되시겠다.
▲ 관대하게 보면 이것도 러닝 게임. (우주선인데 왜 날지를 못하니…)

핵심 요소만 유지한 채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죄다 바꿔보면서, 러닝 게임은 하나의 장르로서 뚜렷한 일가를 이뤘다. 뼈대라 할만한 요소가 몇 개 안 된다는 건, 그만큼 비틀어 제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릭터와 배경 콘셉트, 그래픽, 달리는 속도와 방향, 조작 타이밍 세분화, 추가 액션 등등. 

앞서 '피하기'를 뼈대 요소 중 하나로 분류하긴 했지만… 안 지키면 하늘이 두 쪽 나는 정도의 절대 법칙은 아니었다. 아이템 등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장애물을 무시하거나 부술 수 있게 해주는 게임도 있었고, 애당초 장애물이고 뭐고 몽땅 때려부수며 나아가게끔 하는 게임도 있었으니까. 

"'무조건 피해야 한다'라고만 하면 유저들 울화통 터지지 않겠어?"라고 걱정해준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안 피해도 되는 러닝 게임도 있긴 했다.

▲ 어…… 얘는 '러닝'이 아니라 '플라잉'이긴 한데… '최대한 멀리 가는' 게 주 목적이니 그냥 껴줍시다.
▲ 개인취향 탓에 인게임 스크린샷은 넣지 않았지만… 이 녀석도 러닝 게임으로서는 제법 참신했다.

'피하기'는 넣든 빼든 적당히 섞든 하게 두고, '자동 이동'과 '멀리 가기 기록'만큼은 핵심 of 핵심으로 유지하는 게 러닝 게임의 아이덴티티다. 이 트렌드가 어느 정도 굳어지면서 수많은 게임 중 억세게 운 좋았던 몇몇 녀석들이 주목을 받았다. <템플런>이나 <서브웨이 서퍼> 등이 대표적인 예.

여기에 또다른 트렌드가 등장했다. 2013년 1월 말 등장한 <윈드러너>는 출시 12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당시 '최단 기간 천만 다운로드' 업적을 달성했다. 같은 해 4월 <쿠키런>이 후속타로 등장하면서 바야흐로 횡스크롤 러닝 게임의 급물살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으로 게임 좀 해본 사람 치고 위에 언급한 4개 게임 중 하나 이상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네, 뭐… 있긴 있겠지만요.) 아마 러닝 게임의 대세, 혹은 황금기를 꼽으라면 이 시기가 아니었을까. 

▲ 출시 후 5년, 얘넨 이미 '과자'로서의 본분(?)을 잊었어… (절레절레)
▲ 어느 정도 잘나가는 장르로 인식되면 다소 크리에이티브한(?) 변종도 등장하게 마련.

'반짝' 하면 머지 않아 '픽' 꺼지곤 하는 게 다반사지만, 러닝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애당초 장르의 뼈대가 심플한 만큼 추가 요소를 갖다 붙일 여지가 많았고, 그로 인해 다른 장르 게임들 사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유지해온 덕분이 아닌가 싶다.

반면에, 신작이 딱히 두드러지지 않은 장르이기도 했다. '달린다' '피한다' '최대한 빨리 or 멀리 간다'라는 기본 규칙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품기에 영 녹록치 않은 장르'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딱히 주목할 만한 차별점이 없다면, 새롭게 경험할 만한 뭔가가 없다면… 그냥 하던 거 계속 하는 편이 나을 테니까.

▲ 물론 개척정신(?) 투철한 타입의 인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지만.

장수의 상징과도 같은 러닝 게임 장르에, 29일(화) <윈드러너Z>가 새 주자로 나선다. 러닝 게임의 대국민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의 이름을 이은 후속작이지만, 단순히 그 시절의 이름값에 기대려는 건 아니다. 원조 윈드러너가 여전히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윈드러너Z>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최대 4인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다. 

챔피언쉽 콘텐츠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싱글 모드와 최대 4명의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협동해서 달릴 수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로 구성돼 있다. 빠른 시작을 원할 경우 시스템에서 무작위로 4명을 매칭해주며, 친구와 함께 달리고자 할 경우에는 2~3명이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 런게임 최초 '최대 4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이 <윈드러너Z>의 핵심이다.
▲ 보스전, 길드 배틀 등으로 런게임이지만 다양하고 코어한 느낌의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스테이지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존 '무한 러닝'에서 '유한 러닝'으로 바뀐다. 대신, 오직 달리기에 중점을 뒀던 전작과 달리 여러 가지 모드와 콘텐츠를 서로 연계함으로써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는 캐주얼 게임이지만 선택적으로 집중이 가능한, 이른바 '하이퍼 캐주얼'이라는 콘셉트다.

▲ 스테이지 기반의 '유한 러닝'으로 일명 '하이퍼 캐주얼'을 지향했다.

요컨대, 윈드러너라는 이름에서 얻을 수 있는 익숙한 이미지는 취하되, 게임 스타일은 기존과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의미. 초창기 윈드러너에서 유저들이 선호했던 원형을 뽑아놓고, 이것들을 뿌리로 삼아 새로운 테크트리를 쌓아올린다는 계획이다. RPG 장르에 비유하자면 스킬트리를 초기화하고 다른 방향으로 세팅하는 것과 비슷하려나. (님, 스킬 다시 찍으셔야 할듯?)

인기는 꾸준하게 유지해왔으되, 반대로 수 년 동안 뚜렷한 신작을 찾기 어려웠던 곳. 2018년 현재를 기준으로 러닝 게임이라는 장르를 바라본 감상이다.

러닝 게임 장르의 새로운 도전, 캐주얼 대표 주자로서의 자존심 회복, 동종 장르 내 으뜸의 자리 유지. <윈드러너Z>의 도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제는 슬슬 분명한 관점을 정해야 할 때가 됐다.

… 치킨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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