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광고,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한다?

조회수 2018. 5. 18. 17: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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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보기 싫은 게임 광고를 줄여줄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붙잡고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요즘, 무수한 게임 광고를 본다. 포털 검색, 인터넷 뉴스, 스낵 콘텐츠, SNS까지 삶의 곳곳까지 광고 영역이 침투해있기 때문. 물론, 잦은 노출로 각인 효과를 노리는 광고의 메커니즘상 당연한 일이긴 하다.

문제는 그중 원치 않는 종류의 광고도 적지 않다는 것.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이 발달하며 개인의 성향이나 이용 패턴 등에 맞춘 큐레이팅 방식의 서비스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오프라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게임사 입장에서 광고를 진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많은 유저를 확보하기 위해서. 특히 요즘은 게임 하나의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경향이 있다. 때문에 오픈 전후라든가 대규모 업데이트 전후 등 특정 시기에 광고를 포함한 역량을 집중해서 쏟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현재 시장에서는 부분유료화 게임의 비중이 크다. 기본적인 플레이를 무료로 하고 게임 안에서 저마다의 BM을 만들어 과금을 유도하지만, 많든 적든 실제로 게임에 돈을 지불하는 유저의 비중은 매우 적다. 즉, 게임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유저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덩달아 광고 및 마케팅 의존도도 높아진다.

이로 인해 게임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은 퍼블리셔, 혹은 광고&마케팅 회사로 들어간다. 핵심 주체인 생산자(게임사)와 소비자(게이머)보다 더 큰 수혜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 실질적 수익원인 '결제 유저'(5%)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광고, 마케팅 비용을 쓰게 마련.
▲ 게이머가 결제한 금액 중 게임사의 실질적인 수익으로 돌아오는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17일(목) 열린 '블록체인 기술과 콘텐츠 산업의 융복합'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수익분배 구조를 불합리한 것으로 규정,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는 약 20억 명. 스마트폰에는 사용자가 어떤 게임,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즐기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매일 쌓인다. 이는 게임사 입장에서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수많은 데이터가 방치되거나 버려진다.

플렉탈(PLACTAL)의 김천일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버려지는 플레이 데이터를 '토큰화'(Tokenizing)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전체적인 구조는 단순하다. 먼저 게이머는 자신의 게임 플레이 데이터를 플렉탈의 플랫폼에 공유하고 플렉탈 토큰(PLT)을 받는다. 게임사 쪽에서는 플렉탈 토큰을 구매한 다음, 게이머들의 이력서를 토대로 자신들의 게임에 적합한 유저를 직접 '초대'하고 플렉탈 토큰을 제공한다. 즉,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하는 광고 대신, 가능성 있는 소수에게 직접 컨택하는 구조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력서 공유, 초대 보상 등으로 확보한 토큰을 게임 내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을 자주, 많이 즐길수록 토큰을 얻을 기회는 많아지고, 획득한 토큰으로 다시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함으로써 보다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게임에 투자한 시간이 토큰으로 돌아오고, 그것을 다시 게임에 투자하는 구조다.

블록체인벤처스의 김웅겸 대표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의 방안을 소개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GXC(Game X Coin)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게임 내 모든 화폐의 기축통화가 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 비용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를 언급하며, "게임사 측에 보다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어야만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환경이 갖춰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GXC라는 화폐를 게임사가 구입해 에스크로에 넣고, 이를 자신들이 만든 게임 내에서 쓸 수 있는 고유 토큰으로 바꾼다. 기존에는 '골드'라는 무료재화와 '루비'라는 유료재화로 게임 내 경제가 이루어져 있었다면, 여기에 '토큰'이라는 또 하나의 재화가 추가되는 구조. 이 재화를 유저들에게 어떤 식으로 제공할 것인가는 각 게임의 기획자들이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 GXC로 발행한 토큰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 것인가는 기획자들의 몫.
▲ 게임사는 한정 아이템을 생성해 유저로부터 토큰을 회수할 수 있다.

게이머는 플레이 과정에서 게임사가 설계해 놓은 방식에 따라 게임 고유의 토큰을 얻는다. 획득한 토큰은 그 게임에서 한정 아이템 등을 구매함으로써 자체 소비할 수도, GXC로 교환해 다른 게임의 재화를 구매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세부적인 측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플렉탈 토큰과 GXC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유저의 플레이 타임을 높이자'는 것에 있다. 게임 플레이에 따른 새로운 보상 구조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의 화폐 혹은 토큰으로 보상을 제공하며, 그것을 활용해 보다 많은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게임에 쏟아부은 시간을 '공용의 재화'로 보상해주는 구조. 게임사 간의 경쟁에서는 승자독식의 구조가 완화될 수 있으며, 유저 입장에서는 하나의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산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 하나의 게임을 그만두더라도 그간 축적한 자산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두 회사가 제시한 방안은 게임 내 경제 구조를 바꿈으로써 게임 바깥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요약해볼수 있다. 이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이유는 세간에 익히 알려진 탈중앙화, 높은 신뢰성, 개인정보 보안성 등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플렉탈은 국내 게이머 2,0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PC방 이용자를 중점적으로 타게팅할 예정이다. 보통 PC방 이용자들은 진성 게이머인 경우가 많고, 모바일 게임도 함께 즐기는 사람도 많기 때문.

한편, 블록체인벤처스의 경우 '기존 게임에 크립토 커런시를 도입하면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를 주제로 네오위즈블레스스튜디오와 함께 R&D를 진행 중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이들이 야심차게 앞세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면 게임 시장의 수익 구조는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원치 않는 게임 광고를 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생태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변화가 시장의 핵심 주체인 게임사와 게이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면, 그게 무엇이 됐든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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