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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재해석, <뮤> 아트 전시회

소리를 멈추고 게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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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미술이나 예술은 잘 모른다. 아니, '거의 모른다'고 해야 좀 더 솔직한 표현이겠다.


미술관 혹은 갤러리 같은 장소는 아마 일생 동안 평행선만 달리다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왠지 뭔가에 압도되는 듯하다고 할까. 표현하기가 좀 애매한데, 아무튼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워낙 호기심이 앞서는 타입이라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는 좋아하지만, 이쪽 분야는 도무지 어려워서 접근하지를 못했었다. 



그러던 중 웹젠의 뮤(MU) IP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 작품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압구정에 위치한 갤러리라는 점에서 일단 간이 살짝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지만… 도전해볼 적당한 구실이 생겼으니 철판 한 번 깔아보자 싶은 용기가 솟아나더라.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압구정역에 내려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몇 번이고 지도 앱을 들여다보면서. 이따금씩 멈춰서서 지도 한 번 보고 주위 한 번 휘휘 둘러보고… 아마 누가 봐도 초행길인 티가 팍팍 났을 것이다.

▲ 내가 펼치는 가장 큰 게임은 '인생'… 관점의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우려와는 달리, 전시장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크기였다. 몇 걸음 정도 옮기면 전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 



걸려있는 작품 수도 열 손가락에 몇 개 정도 보태면 헤아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모든 작품이 그간 많이 봐왔던 모습들을 베이스로 한 것들이다 보니 묘한 친밀감마저 느껴졌다.

규모와 작품 수, 익숙함. 가히 삼위일체라 할 만하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편견(?)으로 똘똘 뭉친, 예술 문외한의 겁없는 도전을 응원해주는.

▲ 대략 이런 느낌. (기둥 사이에 보이는 이질적인 무언가는 모른척 해주시면 감사)

▲ 미술관에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신기한 느낌이었다. (네, 편견 맞습니다.)

게임에서 사운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각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져다준다면, 청각은 가장 예민하게 자극을 전해주는 감각. BGM이나 효과음은 눈으로 보는 그래픽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며, 그를 통해 몰입감을 더해주는 감각적 장치다.

전시회의 제목은 'MUTE, 소리를 멈추면 보이는 것들'.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예민하게 작용할 청각적 요소를 배제한 채, 이미지만을 응시하며 보내게끔 돼 있다. 



움직임을 멈춘 채 평면 위에 놓인 캐릭터. 그리고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누군가의 상상 속 장면들. '몰겜(몰래 게임)'을 할 때 소리를 죄다 끄는 것과는 또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의도적 침묵'이다.

▲ 박스 테이프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 유독 인상 깊었다. 내 취향이 이쪽이었나 보다.

▲ 만약 뮤 IP라는 걸 모르고 봤어도 이건 왠지 눈치 챘을 거 같다. (feat. 너땜에 들킴)

▲ 잔뜩 폼 잡고 둘러보는 와중에 한층 더 친숙한(?) 모습들을 발견하고 무장해제.

대략 한 시간 정도를 보냈다. 비록 작품 감상은 잠깐이었고 갤러리 대표님과 수다 떤 시간이 훨씬 길긴 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떠올려봐도 무척 느긋하고 편안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앞서 참 꾸준히 충만한 호기심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좋아하는 성향이라 밝혔지만, 본래 조용한 곳을 좋아하고 몸뚱이보다 머리가 부지런한 타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참 마음에 드는 경험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간 왠지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미술관이라는 장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달까.

오후 6시. 흔히 '땅거미 내려앉을 무렵'이라는 관용어구로 묘사하는 시각. 한창 해가 긴 계절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는 시기여서 그런지 금세 어둑해졌다. 



예술적 안목이 일천한 탓에 뭐 하나 그럴듯한 감상은 써낼 수 없었지만, 전시회 제목처럼 소리가 멈춰진 가운데 몇 점의 작품이나마 폼 잡고 바라볼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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