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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M, 미니게임이 '강화'인 이유

조회수 2017. 5. 19. 16: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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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사전예약자 수 350만 명을 뛰어넘고 있는 리니지M이 미니게임을 공개했다.

오는 6월 14일까지 진행되는 미니게임에 참여하면 정식 오픈 후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주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그 내용이 ‘강화’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플레이 장면은 위 영상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강화는 캐릭터나 장비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일을 말하며 일정 확률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는 점에서 호불호 또한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한 강화 콘텐츠를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가운데 보란 듯이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원작 리니지 게임에서 장비 강화는 그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리니지 유저들은 강화에 사용하는 ‘갑옷강화주문서’와 ‘무기강화주문서’를 각각 ‘젤’과 ‘데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1990년대 초창기 리니지에서 아이템 이름이 ‘젤 고머’와 ‘데이엔 푸엘스’였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나중에야 이름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강화 주문서로 변경됐지만 오랫동안 리니지를 즐겨온 사람이라면 젤과 데이가 더 입에 잘 달라붙는다.
리니지의 강화 방식은 단순하다 못해 썰렁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강화주문서를 더블클릭하고 강화하려는 장비를 클릭하면 즉시 강화 결과를 볼 수 있다. 성공하면 강화 수치가 올라가며 실패하면 장비가 그대로 사라진다. 그 흔한 이펙트나 효과음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도 단순한 강화시스템에 많은 리니지 유저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일확천금의 짜릿함 덕분이다. 초창기부터 리니지는 레벨업이 어렵고 아데나(화폐)를 벌기 힘든 환경으로 악명높았지만 열심히 사냥을 해서 레벨업을 하고 좋은 장비를 사 입으면 그만큼의 재미를 보장했다.
그러다보니 리니지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슬경(슬라임 경기장)이나 강화같은 확률성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사냥으로 얻기 힘든 고수익을 노려볼 수도 있고 좋은 장비에 대한 열망도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저마다 제각각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아데나’로 귀결된다.
리니지 강화는 단순히 +1강화만 하지 않는다. ‘축젤’과 ‘축데이’라고 불리는 축복받은 강화주문서는 경우에 따라 장비 수치를 최대 +3까지 올려준다. +0장비에 축을 바르면 +3짜리가 한 번에 뜰 수도 있고, +5장비에 바르면 한 번에 +7까지 뜰 수도 있다. 수익은 배가 되고 중독성 또한 비례해서 올라간다.
그래서 흔히 일확천금을 노리고 +5 방어구와 축젤을 대량으로 구매해 전부 다 지르는 풍경이 많이 연출되었다. 3개를 시도해 2개는 날리고 1개라도 +7을 띄울 수 있다면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저들은 +7짜리 방어구를 띄우기 위해 +4마법 망토와 같은 '재물'들을 두세 차례 일부로 날리기도 한다.
이렇게 대량으로 강화를 하는 유저가 많다보니 리니지의 단순한 강화시스템은 탁월한 촉매제가 됐다. 리니지 특유의 간소한 강화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인벤토리 중앙에 강화주문서를 두고 양쪽에 놓인 장비에 ‘좌딱 우딱’하는 광경은 보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유저들이 투기적인 목적으로만 강화를 한 것은 아니다. 힘든 레벨업 구간에서 사망하고 경험치를 잃어버렸을 때나 비싼 아이템을 떨궜을 때처럼 궁지에 몰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하나뿐인 무기를 강화하기도 하고, 서버의 최강이 되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비싼 무기를 강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집행검을 들 수 있다. 리니지를 하지 않는 유저들에게도 유명한 진명황의 집행검은 현금으로 수 천만 원에 거래되는 초고가의 무기다. 이런 무기를 강화한다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들까?
“미쳤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TV 등에서 활동하는 리니지BJ들은 이 점을 이용해 ‘비싼 무기를 강화한다’며 시청자들을 끌어모았고, 어떤 BJ는 실제로 집행검을 강화해 날려버리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때 당시 집행검의 시가는 현금 3,50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리니지에서 강화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혹자는 ‘결국엔 확률성 콘텐츠’라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리니지를 해본 유저라면 모니터를 끄고 장비를 질러본 추억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6월 공개된 LFC 스페셜 영상에서 그 모습이 연출되면서 많은 유저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리니지M의 미니게임으로 ‘강화’가 나온 이유는 이러한 맥락이다.

얼마 전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미니게임이 점령전이나 레이스였던 이유는 말 그대로 캐주얼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타겟으로 했다는 점을 암시한다.

반대로 리니지M에서 일부 유저에게는 반감을 살 수 있는 강화 미니게임을 보란듯이 내놓았다는 것은 ‘리니지를 아는 유저들’을 타겟으로 했다는 점을 암시한다.
미니게임은 원작과는 다르게 +1 강화 소요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보상이 생각보다 좋다. 강화 수치를 포인트로 환산해 전투 무기 상자 등 리니지M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식인데 리니지M을 열심히 할 의향이 있는 유저들은 이미 적지 않은 포인트를 모아두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리니지M은 유저 간 아이템 거래도 가능할 전망이라 '해두면 손해보진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즉 리니지M의 장비강화 미니게임 등장은 리니지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 추억을 되새겨주고 '리니지M은 리니지를 그대로 계승한 게임이다'라고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 셈이 된다. ‘진심으로 플레이 할 유저’들의 통계치를 수집하려는 의도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리니지M이 어떤 게임인지 그 실체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 부름에 과거 리니지를 기억하는 세대들이 얼마큼 응답할지 사뭇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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