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스타벅스를 찾아가는 이유는?

조회수 2017. 6. 5. 16: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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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홀린 '세이렌'의 유혹

지난해 여름, 나는 첫 해외 여행을 떠났다. 짧은 비행 이후 도착한 일본은 나에게 너무나 낯선 땅이었다. 그러한 와중에 가끔씩 눈에 띄었던 '스타벅스'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한국인만큼 '반가운'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가 '스타벅스'를 '반갑게' 드나드는 건 비단 여행지에서만이 아니었다. 여행지에서 '스타벅스'가 반가울 수 있는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난 다음 커피를 마시러 가는 패턴은 이제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고, '커피 어디서 마시지?'란 물음의 종착지는 거의 '스타벅스'라는 것. 처음엔 비싼 가격에 놀라 돌아서던 사람들도 지금은 당연한 듯 '스타벅스'를 찾는다.

얼마 전에 '잡코리아'에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스타벅스'가 꼽혔다. 커피가 다른 곳보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친숙하기 때문이다. 착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 '스타벅스'가 메뉴에도 없는 레시피가 떠돌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 층을 거느릴 수 있는 이유다.


요즘 20~30대가 집을 고를 때 '스세권'을 따질 만큼 '스타벅스'란 브랜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스세권'이란 역세권의 파생어이자 '맥세권'(맥도날드 배달 서비스가 닿는 지역)의 유의어로서, '스타벅스 주변 부동산'을 가리킨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 월세는 그 주변 시세보다 약 10~20만 원 가량 비싸지만 찾는 이들은 오히려 더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거주지를 선택할 때 교통, 외식, 문화뿐 아니라 브랜드까지도 따져 본다는 이야기다.


'스타벅스'가 왜 우리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선 여러 가지 대답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스토리텔링'을 꼽을 수 있다. '스타벅스'의 원래 이름은 '피쿼드'(Pequod). 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 속에 등장하는 고래잡이 배다. 다른 동업자가 작품에서 커피를 사랑하는 피쿼드 호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으로 지을 것을 고집해 이름이 바뀌었던 것이다.


또한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스타벅스' 로고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인간인 왕자를 사랑해서 자신의 목소리마저 마녀에게 내어 주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 인어공주. 이 비극은 그리스 신화에서 시작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반은 인간, 반은 물새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인반어로 변모한 '세이렌'(Siren)이 그 주인공이다. '세이렌'은 배를 타고 항해 중인 선원들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홀려 바다에 빠져 죽게 한다.


이러한 '세이렌'을 모티브로 '스타벅스'는 첫 로고를 디자인했다. 그러나 노출이 심해서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위해 긴 머리로 상반신을 가리는 수정 과정을 거친다. 이후에도 많은 여성 단체의 항의에 점점 더 풍성한 헤어 스타일로 변했고, 2011년에는 딱딱하고 거친 느낌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스타벅스'는 커피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이제 녹색의 여인을 보면 단번에 '스타벅스'를 떠올리니, '녹색'과 '세이렌' 2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 로고다. '세이렌'이 매혹적인 소리로 뱃사람을 홀려 유혹했듯, 커피 향과 쾌적한 공간으로 고객을 유혹해 '스타벅스'에 자주 오게 만들겠다는 의미였을까? 어찌 되었든 '스타벅스'의 목표는 성공한 셈이다. 길을 걷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우리를 보면 말이다.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마주쳐 왔던 로고에 이러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전보다 더 '스타벅스'에 열광한다. 이러한 고객의 지지를 바탕으로, 저가 커피가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도 '스타벅스'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들만의 프리미엄 커피 이미지로 더욱 굳건하게 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게 힘을 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힘이란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강하게 작용해 왔다.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수많은 이야기와 사연들이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녹아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편 우리의 의식 체계는 항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계 토끼'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때문에 우리는 일상 속 작은 선택의 순간까지 고민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다. 먼 옛날 뱃사람들이 바다와 1분 1초를 다퉜던 그때처럼 말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번쩍, 머릿속에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힘'을 빌리는 것이 가장 빠르다. 그리고 그것을 브랜드의 심장인 '로고'에 적절하게 담아 냈을 때, '스타벅스'처럼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TIP : 창업 시장에도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예비 창업가들은 언제나 그것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가는 아이템을 갖기 위해선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스타벅스'는 로고를 여러 차례 바꾸는 과정에서도 '이야기'만큼은 절대로 버리지 않았다. 이는 곧 우리들에게 '스타벅스'의 정체성으로 인식되어 브랜드 충성도를 꾸준하게 높여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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