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여자들이 특별한 날 꼭 가는 비밀의 정원

조회수 2018. 7. 2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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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의 달달함에 빠지다.


#4. 라뒤레

마카롱의 달달함이 퍼지는,

소호의 사랑스러운 비밀의 정원


여자들에게 디저트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 밥 먹을 배는 없어도 디저트 먹을 배는 뇌가 만들어 준다는 말도 있다. 디저트를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기억력까지 좋아진다는 과학적인 실험도 있으니.. 디저트를 먹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뉴욕에 있는 은사장의 동생 은명 언니도 디저트를 매우 좋아한다. 

출처: 구글 <라뒤레> 검색 이미지
>> 꽃 내리는 봄의 라뒤레 정원

뉴욕의 모든 디저트를 섭렵하고 있는 그녀가 출발 전부터 추천했던 곳이 있었다. 카페 리스트에 추가해 둔 ‘라뒤레’ 에 달린 코멘트는 가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명료했다. 핵이쁨. 라뒤레에 가기 전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반해버렸다. 분홍빛의 꽃잎이 내려앉은 라뒤레의 정원이었는데, 그곳에서 디저트를 먹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마치 일본 만화 속 청순한 여주인공이 될 걸 만 같은 분위기였다.


ㅣ패션의 메카로 불리는 '소호'의 비밀의 정원


라뒤레가 있는 곳은 뉴욕의 ‘소호’라는 거리였다. 뉴욕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모두가 입 모아 말했던 동네. 패셔니스타들이 사랑하는 거리인 ‘소호’는 한국의 잘 나가는 모델이나 연예인들도 꼭 들르는 곳이다. 원래 소호는 공장이나 창고가 많은 동네였는데, 가난한 예술가들이 이 거리에 모이기 시작하며 변화했다고 한다. 갤러리나 아기자기한 매장들이 생겨나며 동네가 살아났고, 그 거리에 명품 브랜드가 들어서며 지금의 패션의 메카로까지 자리 잡은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홍대가 변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한복판에 위치한 ‘라뒤레’는 소호의 한 비밀의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ㅣ들어 갈수록 색다른 분위기가 펼쳐지는 곳


사실 라뒤레에 갔던 날은 시차 적응을 못해 매우 피곤에 찌든 날이었다. 입구만 보았을 때는 그냥 다음에 올까 하며 고민까지 했었다. 그만큼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외관이었다. 그런데 ‘라뒤레’는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감탄을 절로 짓게 하는 곳이었다. 럭셔리 한 유럽의 레스토랑에 온 듯한 공간을 지나, 궁궐 속에 들어온 듯한 파티장까지, 구역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가장 깊숙이 들어가니 사진에서 보았던 그 정원이 펼쳐졌다. 여름날이라 그런지 분홍빛 꽃잎이 내려 있지는 않았지만, 푸르른 나무가 심어져 있는 정원은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듯했다. 사진으로 보았던 곳보다 더 예쁜 매장에 감탄하며 주문도 하기 전에 사진을 미친 듯이 찍기 시작했다. 그날 우리는 하늘색 원피스로 코디를 맞추고 갔는데, 우리 옷과 날씨와도 너무 잘 어울리는 공간에 기분도 절로 좋아졌다. 시차 적응이 바로 되는 기분이라 할까..

ㅣ브라이덜샤워를 할 만큼 특별한 정원


우리는 정원 중간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한참 보았다. 메뉴판도 너무 예뻐서 사진을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있었다. 하지만 영어를 못하니 사진만 찍고 바로 직원에게 마카롱을 추천받았다. 형형색색 종류별로 마카롱을 주문하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자 정원 한편에서 브라이덜 샤워를 하는 여자들을 볼 수가 있었다. 브라이덜 샤워는 결혼을 앞둔 신부를 축하해주기 위해 여는 파티인데, 신부의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신부에게 우정이 비처럼 쏟아진다’라는 뜻으로, 은사장이 열광하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이 장면이 나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것이다. 인생에서 단 한 번,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결혼. 그 신부를 축하하는 브라이덜 샤워를 할 만큼 ‘라뒤레’는 특별한 곳이라 느껴졌다. 그런 특별한 장소에 내가 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ㅣ마카롱부터 정원의 나무까지, 조화로움의 끝판왕


주변을 구경하고 있으니 우리가 주문한 마카롱과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그런데 직원의 실수로 다른 종류의 마카롱을 가져온 것이다. 더 높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직원을 한창 꾸중하더니, 우리에게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새 마카롱을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그 직원마저도 다른 마카롱을 가져다줬다고... 그래도 친절하게 해주려는 그 모습을 보니 기분이 괜스레 좋아졌다. 마카롱 색감은 너무 예뻤다.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화’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는데, 라뒤레는 공간 자체가 모두 통일감 있고 조화롭다고 생각했다. 그릇 하나, 스푼 하나, 메뉴판부터 시작해서 테이블과 직원들의 옷차림. 그리고 전체적인 인테리어와 푸른 정원까지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통일성이 너무 좋았다. 사진을 막 찍어도 잘 나오는 곳. 내 또래의 한국 여자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공간이었다. 뉴욕에서 매일 이렇게 평화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다.


미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와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여기서 야외 결혼식 같은 걸 해도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옆 테이블을 보니 남자 커플이 커플티를 입고 제일 예쁜 메뉴를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은 정말 자유로운 도시라는 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남자들끼리 예쁜 카페에 가는 일은 정말 드무니까 말이다. 서울에도 이렇게 나무가 크게 심어져 있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과연? 러블리하고 사랑스러운 공간에 있으니 마치 내가 예쁜 여주인공이 되는 기분이었다.

ㅣ일상을 버티는 힘이 돼주는 여유로운 시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주말마다 이런 아기자기한 카페에 찾아가는 걸 좋아했다. 여유 있게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으면, 그게 나에겐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은사장은 서울에서 이런 여유를 많이 즐기지 못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기 전에도 워낙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카페에 왜 가는지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랬던 은사장이 라뒤레에서는 너무 행복해하는 것이다. 예쁘게 꾸미고 예쁜 장소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다는 것.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닌데, 그런 작은 행복을 놓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들은 나이가 먹어서도 예쁜 것들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 살아가다 보면 나로 살아가는 게 쉽지가 않다. 내가 입을 옷보다 남편 옷을 먼저 챙기고, 내가 먹고 싶은 것보다 아이가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 그게 우리의 엄마들이 늘 살아왔던 삶이 아니었을까. 한 번은 엄마에게 꽃을 한 송이 사 드린 적이 있다. 엄마는 내가 사준 꽃을 찍어서 온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참 소녀 같았다. 우리 엄마들도 마음 한구석엔 자신이 아름다운 여자로 빛나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사고, 본인을 끊임없이 가꾸는 것 같다.

ㅣ공간을 통해, 내 스스로가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곳


사실 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이다. 새로 산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잘 되면 괜히 놀러 나가고 싶고. 예쁘다 멋있다는 칭찬을 들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물론 외적인 부분이 다가 아니지만, 나를 가꾸면 자연스레 자존감이 올라가고, 그러면 마음도 더 예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카페를 찾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론 커피나 디저트가 맛있어서 가는 이유도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우리는 그 공간에서 내 스스로가 아름답게 빛날 때 만족감을 느낀다. 친구들과 예쁜 장소를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그 이유에서다. 예쁜 공간을 통해서 내가 ‘더’ 예뻐 보이는 것. 그 공간에서 달달한 음식을 먹고, 대화하고, 웃을 수 있는 나의 그 모습에 자기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너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 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의 만족’에 더 초점을 맞춰 생각한다면 공감이 될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참 소박하고 단순하다. 매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푸석해진 피부에 화장을 하고,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 지난주에 입었던 옷을 돌려 입고,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으로 겨우 목을 축이는.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감을 얻는다.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해 그곳에 찾아가기보다, 내가 주인공이 되고 대접받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참 감사한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물건을 팔겠다고 생각하는 곳보다, 우리에게 싱긋 미소 한번 지어주는 곳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렇다. 아름답게 꾸미고 예쁜 장소를 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떤 행복을 놓치고 있을까? 이번 기회로 나에게 줄 수 있는 사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예쁘게 꾸미고 라뒤레라는 공간에 갔을 때 우리가 느꼈던, 그런 사소한 기쁨을 찾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라뒤레
위치 - 398 W Broadway, New York, NY 10012
홈페이지 - https://www.laduree.fr/en/laduree-new-york-soho.html
가격 - 마카롱 4개, 아이스크림 30불
 은사장과 황PD, 1년에 한번 기업의 스폰을 받아 <디지털노마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 2018년은 6월 한달 동안 뉴욕에 머물며 방문했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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