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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백서

낮에는 카페, 밤에는 클럽! 뉴욕에서 가장 힙터지는 곳 ‘킨포크90’

윌리엄스버그에 간다면 꼭 들려야 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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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킨포크 90

윌리엄스버그의 중심, 자유로움의 끝판왕


뉴욕 한달살기를 준비하면서 나를 제일 설레이게 만들었던 동네가 있었다. 브루클린에 있는 윌리엄스버그라는 곳이었는데, 한 블로그에서 그 동네의 레코드샵에 대한 글을 읽고는 완전히 반해버린 것이다. ‘뉴욕의 레코드샵에서 산 시디를 내 방에서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 설렘 하나로 나는 윌리엄스버그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 윌리엄스버그의 한 프리마켓에서 파는 LP들


ㅣ뉴욕의 힙터지는 동네, 윌리엄스버그

윌리엄스버그는 뉴욕 중심지인 맨하탄에서 강 하나를 건너면 있는 브루클린 지역에 있다. 한국의 ‘성수동’처럼 공장지대의 동네에 개성넘치는 공간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요즘 더 힙 해지기 시작한 곳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에 있을 때도 성수동이나 익선동 처럼 그 동네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곳을 좋아했다. 너무 도시적이지 않은 이유도 있고, 예술의 흔적이 묻어있는 그 공간 자체를 즐기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버그의 매력에 빠진 나는 그 동네만 가보면 소원이 없겠다는 마음을 품고 뉴욕으로 떠났다.

> 벽화가 그려져 있는 윌리엄스버그의 건물

뉴욕에 도착한 날 숙소로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 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레스토랑에는 외국인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비춰졌다. 그 곳이 윌리엄스버그였다. 사실 은사장에게도 입이 닳도록 윌리엄스버그 얘기를 했지만, 나랑 스타일이 달라 도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좋아할까봐 내심 걱정했다. 하지만 은사장도 창 밖 풍경이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결국 우리는 바로 다음날 윌리엄스버그를 찾아갔고, 내 뉴욕여행의 소원은 둘째날 바로 이루어졌다.

> 야외에서 낮부터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ㅣ낮에는 카페, 밤에는 클럽으로 변신

윌리엄스버그에서 특히 가장 관심이 갔던 공간은 <킨포크>라는 곳이었다. 사실 처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내가 잘 알고 있는 ‘킨포크’ 매거진 때문이었다. 킨포크(kinfolk)는 영어로 ‘친척, 친족 등 가까운 사람’이라는 뜻인데, 미국의 포틀랜드라는 작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잡지이다. 포틀랜드는 옛날부터 꽤 자유분방한 도시였는데, 턱수염을 기르거나 문신을 즐겨하고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자연 친화적인 곳이다.

> 킨포크90 스튜디오 입구 간판

직접 수확한 유기농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나눠먹고, 직접 만든 수제 맥주와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런 자유롭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킨포크’ 매거진에 대해, 나는 은사장에게 장황하게 스토리 텔링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인 공간이라며.. 지난 5년간 은사장과 함께 일하며,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은사장을 설득하는 나름의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 트랙자전거 매니아 4명이 모여 만든 공간

나의 장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킨포크에 반한 은사장은, 그날 이후 윌리엄스버그에 들리기만 하면 그 곳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내가 알던 매거진과 우리가 다녀온 공간 <킨포크>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킨포크는 뉴욕, LA, 호주, 도쿄 출신 네 명의 친구들이 만든 프로젝트 공간이라고 한다.

> 폴딩도어를 열어 내부가 훤히 보이는 인테리어

카페이기도 하며 바가 되기도 하고, 낮에는 레스토랑, 밤에는 클럽으로 변신하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이제것 상상해왔지만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나 경험을 만들어 주기 위해 탄생시켰다고 했다. 네 친구 모두 트랙 자전거 매니아였는데, 그들이 모여서 특제 스틸 자전거 제작을 하며 시작된 곳이 바로 킨포크 스튜디오라는 것이다.

ㅣ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강렬한 첫인상


> 킨포크90 스튜디오의 내부. 왼쪽에 디제잉도 한다.

처음 마주 했던 킨포크는 굉장히 강렬했다. 너무 더운 탓에 레스토랑에서 이미 칵테일을 한잔씩 마신 상태로, 두 볼이 발그레해져서 그런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윌리엄스버그의 흔한 공장느낌의 투박한 장소들 중에서, 유난히 세련되게 힙터짐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길 건너 까지 울려퍼지는 음악들. 활짝 열린 폴딩도어에 놓여진 테이블에 기대 서서 대화를 나누는 외국인들을 보며, 이게 바로 자유로움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곳에서 들리는 음악을 직접 디제잉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감탄하며 우리는 바에 앉아 맥주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 음식부터 커피와 맥주, 칵테일까지 다양한 메뉴

흑인 종업원은 디제잉에 몸을 맡기듯 춤을 추며 주문을 받았고, 나는 어떻게 일을 하는데 저렇게 흥겹게 할 수 있지 생각했다. 한국의 카페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흥이 넘치게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깐. 그런데 너무 흥이 넘친 나머지 그 흑인 종업원이 30분동안 우리의 카드를 돌려주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다. 

> 흥이 넘치게 메뉴를 만들어 준 흑인 종업원

그 이후에도 종종 느끼게 된 것이지만, 뉴욕의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 종업원들은 일을 매우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팁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점도 그렇고, 일하는 직원 뿐 아니라 택시운전사, 청소부 까지도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계산이든 음식이든 한국보다 모두 느려서 살짝 답답하긴 했지만 말이다.

> 킨포크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

ㅣ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


킨포크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공간 곳곳에서 노트북을 들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사람, 식사를 하는 사람, 책을 읽거나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곳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눈치가 보이지 않고 자유로웠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윌리엄스버그를 갈 때마다 킨포크를 들렸다. 마치 우리동네 단골 카페처럼 말이다. 날씨가 너무 더우면 덥다고 들렸고,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하면 음악을 들으며 낮잠을 자기도 했다.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축구를 보러 오는 손님들과 함께 그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고, 술을 왕창 마시고 클럽 디제잉을 구경하러 오기도 했다. 또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를 데리고가 실컷 자랑을 하기도 했다.


> 직접 디제잉도 하고 밤에는 클럽으로 변신하는 곳

1. 동네와 너무 잘 어울리는 분위기

사실 나 뿐만 아니라 이 공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듯 보였다. 첫째로는 윌리엄스버그라는 동네와 너무 잘 어울리는 공간의 분위기였다. 윌리엄스버그는 내가 어떤 옷을 입든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 길거리 곳곳이 그래피티로 채워져있는 예술가들의 동네였다. 그런 동네를 찾아오는 젊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킨포크는 확 사로잡았다. 낮부터 저녁까지 직접 디제잉을 하며 음악을 즐길 수도 있고, 다양한 전시회를 하며 예술과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거기서 술을 먹든, 친구들이랑 대화를 하든, 글을 쓰든, 누워서 잠을 자든 뭘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 안쪽에서 바라본 킨포크 스튜디오

편안하고 자유로움이 가득한 그 공간은 윌리엄스버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성수동에는 공장느낌으로, 익선동에 한옥 느낌으로 공간을 꾸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사람들은 공간 뿐만 아니라 그 동네의 분위기를 함께 체험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동네의 분위기와 찾아오는 사람들에 어울리는 컨셉으로 공간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다.

> 월드컵이 시작되자 킨포크에 붙은 포스터

2. 다양한 행사로 끊임없이 변신

둘째로는 많은 행사들로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일주일 전부터 월드컵이 개최되기 시작했는데, 킨포크에서는 직접 대진표를 디자인하고 공간 전체를 월드컵 분위기로 꾸미기까지 했다. 매장에서는 모든 나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밤이든 새벽이든 경기를 틀어주었다.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월드컵 경기를 그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색달랐다. 킨포크는 인종과 나라를 다 떠나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 월드컵 경기날 킨포크를 즐기러 온 사람

또 밤에는 클럽으로 변신하고 낮에는 여유로운 카페를 즐길 수 있으니, 킨포크의 그런 새로운 시도들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을 더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게 해 주었다. 뉴욕에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곳들이 많은데도, 우리가 몇번이고 다시 이곳을 찾아간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공간이든 왔던 사람이 다시 오게끔 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 킨포크 스토어로 다양한 브랜드의 의류가 있음

3. 의류 스토어와 칵테일 바까지,
라이프의 모든것을 아우르는 브랜드

게다가 킨포크는 카페와 펍이 시작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은 자전거에서 이제는 다양한 의류와 악세사리 까지 팔고, 스튜디오로 우리가 다녀온 카페까지 오픈 한 것이다. 의류를 파는 스토어는 킨포크 매장 바로 옆에 있었는데, 우리가 입는 옷, 신발, 악세사리 등을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하여 판매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두 공간 모두 인테리어도 매우 감각적이었다.

> 인테리어 또한 깔끔하고 매력적인 공간

킨포크 스튜디오는 2층짜리 건물인데, 앞쪽은 채광이 들어오면서 친근한 분위기를 풍긴다면, 깊숙이 들어오면 조금 더 아늑한 분위기로 인테리어를 해 놓았다. 또 인테리어에 사용된 목재들은 주변에서 철거 중인 공장에서 공수해 왔다고 한다. 참고로 킨포크 94라고 해서 조금 더 프라이빗한 행사를 하거나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윌리엄스버그에 있고, 도쿄에는 더 친숙한 분위기의 칵테일 라운지 매장도 있다고 한다. 모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다 들려보고 싶은 곳들이었다.

> 내부에서 밖을 보면 푸른 나무가 보인다

ㅣ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킨포크'


처음 내가 알았던 매거진 브랜드와는 완전 다른 곳이었지만, 그 공간을 경험하고 나서 굉장히 두 킨포크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거진에서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롭고 일상 중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다녀온 공간와 매우 닮아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가장 가까운 단어이며 의미라고 생각했다.

> 윌리엄스버그에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아무리 가진게 많다고 해도, 사랑을 주고받을 가까운 사람이 없다는 건, 여유있는 시간이 없다는 건 참 씁쓸한 일이니까 말이다. 이 공간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여유를 즐기는 동안 난 참 행복했고, 함께하는 이들이 참 행복해 보였다. 킨포크를 통해 나는 어떤 ‘공간’을 기억하는 것에 있어서 ‘누구와 함께 갔냐’만큼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은 없다고 느끼게 됐다.

> 킨포크를 다녀와 신이난 은사장과 황PD

사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뒤로 미루는 습관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대기업에 취업하면 행복해지겠지,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모으면 행복해지겠지,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 행복해지겠지 하며 계속 행복을 미루다가, 그렇게 인생의 반이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이런 매력적인 공간에서, 지금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맥주 한 잔 마시는 것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공간과 사람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매력적인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은사장과 황PD, 1년에 한번 기업의 스폰을 받아 <디지털노마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 2018년은 6월 한달 동안 뉴욕에 머물며 방문했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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