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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백서

'저 폐업합니다' 25살 편의점 사업 말아먹기까지.jpg

편의점에 투자한 금액만 총 5천만원이 넘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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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금만 있으면 치킨집이나 편의점은 자신이 하면 잘 될 것 같은 착각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매년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늘어만 간다. 과연 사업이라는 게, 아주 작은 일일지언정 내가 ‘잘 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25살, 편의점 사장님의 폐업 하기까지 이야기>를 통해 자영업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처편의점사장님 편빈 사진 제공

Q. 편의점을 시작한 계기는?


쉬워 보였다. 사업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보였고, 망하지 않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기왕이면 안 망하는 사업을 해서,안정적으로 물려드리는 그런 효자가 되겠다는 아름다운 꿈을 품었던 것 같다. 또 친척이 편의점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알바를 하면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Q.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사실 25살에 내 매장을 운영할 비용을 모으는 게 쉽지는 않다. 나도 안다. 나는 20살 때부터 부사관으로 의무복무를 했다. 그러면서 받은 월급을 모았다. 120만 원 받으면, 100만 원 저금하고 150만 원 받으면 120만 원 저금하고. 또 코인 투자도 하고 주식 투자도 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고 그냥 돈을 열심히 모았다. 남들 초밥 사 먹을 때 나는 삼감 김밥 사 먹었다. 그러면서 그 지루한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매주 책 1권을 사서 읽었다. 그렇게 25살에 1억을 모았다. 정말 비루하게 모았던 것 같다. 

Q. 편의점 차리기 위해 얼마나 들었나


타입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내가 수익을 많이 가져가고 싶으면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적당히 약속된 금액만 가져갈 계획이라면 어느정도는 본사가 지원해준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래서 편의점 차리기까지 한 5천만 원 정도 들었다. 인테리어까지 다 해주고, 월세도 본사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했다. 

Q. 계약 후 편의점 완공까지 얼마나 걸리나?


한두 달 안에 끝난다. 그런데 이때도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다. 점포 담당자랑 이야기하면서 어디가 좋고 어디는 얼마고, 자기부담금은 얼마인지. 나 같은 경우 고대 앞에서 자취하고 있었는데 왕십리에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왕십리가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떠오르고 있었다. 새 건물이니까 좋아 보였고, 연예인도 산다고 하고. 그래서 잘 될 줄 알고 왕십리에 자리 잡게 되었다. 

Q. 오픈하자마자 정말 잘 되었나?


이상했다. 본사에서 예측한 게 일수입이 150만 원 정도 될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80만 원밖에 안됐다. 그래서 정말 당황했다. 이거는 뭐지? 싶어서 아르바이트생을 거의 고용 안 하고 하루에 16시간씩 근무했다. 막말로 개고생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출처잘 될 것 만 같았던 가벼운 발걸음..

Q. 원하던 매출이 안 나와서 좌절했을 것 같은데..


편의점 시스템이 재미있는 게 내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만큼 신청할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바보같이 장사가 안되니까 제품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과도하게 신청하고 배치했다. 신청할 수 있는 만큼 꽉꽉 주문했다. 원래는 본사에서 기준으로 하는 적정량이 있는데 매번 터져넘치게 주문했다. 푸드 쪽 제품만 100만 원어치 주문하고.. 구색을 갖추면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주문했다. 

Q. 그랬더니 매출이 늘었나?


다행히 첫 달에는 본사가 폐기 상품을 모두 다 부담해줬다. 그런데 두 번째 달부터는 대부분의 폐기를 내가 감당해야 했다. 그래도 제품을 주문하는 수량은 안 줄였다. 그러니까 폐기가 정말 많이 나왔다. 그래도 주문을 멈추지 못했다.. 소극적으로 하면 악순환이 반복될까 봐 걱정돼서.. 


무수하게 많은 폐기들은 삼시 세끼 내가 먹고, 주변에 공시 공부하는 친구들 나눠주고.. 그렇게 제품 주문하기를 무한 반복했다. 그러다가 이게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홍보가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유튜브 채널을 팠다.(?) 그렇게 '25살의 편사장님의 일기'를 오픈하게 된 거다. 

출처유뷰트로 대박 날 것 만 같았다고...

Q. 유튜브는 효과가 있었나? 


재밌었다. 근처 고등학생들이 알아보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해보니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거라는 걸 알았다. 사람들은 내가 아무리 유튜브로 난리부르스를 떨어도 집 근처로 가지 내 편의점에 굳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홍보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됐던 것 같다. 편의점은 상권이 전부인데 나는 유튜브로 난리를 쳐댔으니.. 

Q. 그럼 계속 매출이 낮았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 이후로 여러 가지 마케팅(?)을 편의점에 적용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 사람들의 태도를 잘 관찰해보니 이상하게도 결정 장애가 있는지 제품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회전율을 높이려고 내가 먹어보고 감상기를 제품마다 푯말로 걸어주었다. ‘이거는 어느 드라마에서 누가 먹은 거고, 맛은 어떻더라’ 이런 거를 다 포스트잇으로 붙여 놨다. 그랬더니 여중생, 여고생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막 찍어가고. 인스타에 올리고. 

출처선택장애들을 위한 사장님의 배려

Q. 그래서 결국 대박이 났나?


매출은 계속 올라가기는 했다. 처음 80만 원에서 어느 순간 120, 또 어느 순간 보니 150이 되어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결국 매출을 올리기는 했지만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푯말도 걸어주고, 포토존도 깔고, 유동인구를 전파로 탐지하는 이상한 기기도 세팅하고 별의별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그냥 상권 자체가 죽은 상권이었다. 새 아파트들이 들어왔지만 상가 1층은 전부 부동산, 2층은 비워져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그냥 사람이 없는 동네였다. 그래서 2년 동안 버티다가 2년 계약 끝나자마자 바로 접었다. 

Q. 매출이 뛰었는데 왜 접었나 


내가 처음 계약할 때 매출을 평균 180 그 이상은 벌어야 나에게 더 큰 수익이 돌아오는 구조였다. 그래서 수익을 더 올려야 약속된 금액 이상을 내가 가져갈 수가 있는데 최대로 올려봤자 150만 원밖에 안됐다. 게다가 해가 지날수록 최저임금은 올라가고 인건비만 계속 늘었다. 그래서 그때 코인이 막 뜰 때여서 내가 코인으로 재미를 좀 봤는데 그거를 편의점에 또 재투자했다. 상품을 또(?) 겁나 많이 시킨 거다. 구색 갖추면 또 매출 올라갈까 봐. 그 짓거리를 거의 몇 달간 반복했다. 폐기 나면 또 삼시 세끼 편의점 밥 먹고, 친구 꺼 챙겨주고, 유튜브 하고, 또 어디서 투자한 거 수익 나면 상품 또 미친 듯이 시키고 그렇게 몇 달을 했다. 


나중에는 본사에다가 저녁에 야간 배달을 해야겠다고 건의했다. 편의점에서 사전에 주문을 받아서 새벽에 배달해주는 그런 시스템은 어떤지, 카카오 플러스 친구로 편의점 방문자 친구들 다 추가하고 그들한테 설문지 돌린 거를 데이터로 보여줬다. 그런데 아쉽게도 승인이 안됐다. 편의점은 24시간 열려있어야 해서 문을 닫고 배달을 간다는 게 본사에서는 승인이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나는 사람운도 좋아서 좋은 아르바이트생 친구들도 뽑혔었고, 임금 체불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회식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쥐뿔도 없으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내가 다른 곳에서 벌어서 계속 꼬라박고, 코인에서 벌어서 꼬라박고, 이 짓을 계속 반복했다. 궁극적으로 접어야 했던 가장 큰 계기는 최저임금이 올라서였다. 그 금액을 더 이상 감당 할 수 없었다.

Q. 최저임금이 안 올랐다면 계속 운영 했을까?


아니다. 안 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은 계속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가 계약할 때만 해도 최저임금이 이렇게까지 오를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결국은 지금 안 올랐더라도 언젠가 오르게 되어 있다. 이런 것을 예측했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사업을 생각한 거 같다. 

Q. 접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시원섭섭하긴 했지만 심란했다. 내가 데리고 있던 아르바이트생 친구들 모두 하나같이 딱한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우리 편의점이 개꿀 편의점이어서(사람이 없어서..) 아마 할 만 했을 텐데 그들 모두 내보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또 효도하겠답시고 당당하게 부모님 허락도 받고 시작했는데 말아 먹고는 자존감도 떨어졌다. 어디 가서 나 이제 편의점 안 한다고 말도 못 했다. 쪽팔리고.. 아직도 친구들은 내가 편의점 하는 걸로 알고 있다. SNS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거는 거의 처음이다. 젊은 나이에 망해 보고 실패해도 좋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그냥 기본적으로 안 망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Q. 편의점은 어떻게 해야 안 망할까?


편의점은 상권이 전부다. 그게 본질이다. 본인이 본사에 의지하지 않고 신중하게 조사하고 계획하고 시작해야 한다. 일단은 본인이 잘 아는 동네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1번이다. 그러다 보니 준비 기간은 최소 6개월은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 정도는 상권을 지켜봐야 잘 될지 안될지 알 수 있다. 또 근처 편의점들 매출은 얼마가 나오는지 여러 루트로 알아보고, 내가 운영하면 얼마나 수입을 올릴지도 계산기를 뚜드려 보고.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반인이 몇이나 될까? 그게 안돼서 다들 망하는 거다. 


나는 이번에 사업 접으면서 깨달은 게 더 이상 식물의 전략은 취하지 않기로 했다. 어디서 본 건데 식물의 전략은 똬리를 틀고 어느 한 군데에 자리 잡고 시작하는 거고, 동물의 전략은 유통이나 온라인 쇼핑 같은이 뿌리를 두지 않는 거라고 한다. 식물은 잘 자라려면 토양도 좋아야 하고, 일조량도 좋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일단 백그라운드가 제일 중요하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뒷받침이 잘 되어야 한다. 어쨌든 자영업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식물의 전략은 그만하기로 결심했다. 

출처편의점은 망했지만 희망은 잃지 않았다고..

Q. 편의점을 접은 후의 행보는? 


갑자기 대학교를 다시 가고 싶어서 공부를 하게 됐다. 아! 그리고 지금은 책도 쓰고 있다. 편의점 사업하면서 마케팅한다고 발광 떨면서 출판사 600군대에 제안서를 보냈었다. 25살 편의점 사장 일기를 쓰자고 했는데 좋은 곳에서 연락이 와서 계약을 했다. 그런데 사업을 접게 돼서 책의 방향성이 바뀌었다. 일단 계약은 했으니까 쓰기는 해야 해서 급 에세이로 바꿨다. ‘29살, 대학교 안 나와도 밥만 잘 먹더라.’ 가 책 제목이다. 

Q. 뜬금없긴 하지만 편의점 이야기 보다 나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 아직 안 죽었다. 편의점 망하고 실패하면 죽을 줄 알았는데 죽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젊고 모은 돈 중 절반만 투자했으니까 회생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퇴직금 몰빵 한 사람들이라면 접고도 괜찮을까? 내 생각에는 정말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로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나올 <29살, 대학교 안 나와도 밥만 잘 먹더라>가 책으로 나오면 꼭 봐줬으면 좋겠다. 만약에 이 인터뷰를 봤던 사람 중에 책을 사서 나에게 제보한다면 내가 밥 한 끼 사고 싶다. 


해당 내용은 지난 2년간 편의점을 운영하며 큰 깨달음을 얻은 편빈님께서 직접 인터뷰 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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