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인들이 블루보틀에 열광하는 이유는?

조회수 2019. 5. 3. 16: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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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시각 블루보틀 상황.jpg

오늘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에서 ‘블루보틀’이 떠 있었다. 그토록 수많은 힙스터들이 애정 하는 브랜드 ‘블루보틀’이 마침내 한국에 상륙해 첫 매장을 오픈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옴은 물론이요, 새벽부터 문 열기를 줄 서서 기다렸다는 인터뷰는 분 단위로 올라오는 상황이다. 도대체 왜 블루보틀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출처: 성수동 블루보틀 앞 긴 줄

해외 진출 관련 비즈니스를 10년간 진행해 온 나로서는 블루보틀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수백 번 들어왔고, 어떤 날은 도대체 어떤 브랜드이기에 싶은 마음에 아시아에 첫 번째로 오픈했다는 일본의 매장까지 직접 찾아갔을 정도였다. 놀랍게도 일본에서 방문한 3개의 블루보틀 매장에는 일본인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로 북적거렸다. 게다가 매장 분위기는 극과 극. 어떤 곳은 끝없는 줄이 늘어져 있었지만 어떤 매장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줄 서서 마시는 블루보틀과는 다른 분위기에 사뭇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진출했을 때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이유를 3가지로 압축해보았다. 

첫째, 블루보틀의 철학에 더해진 미디어의 스토리텔링 파워

블루보틀 창업자는 이전부터 블루보틀에 많은 의미를 담아왔다고 말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에 ‘여유’를 담고 싶었다고. 그래서 한 잔을 내리는데도 효율적이고 빠른 시스템이 아닌 한 잔 한 잔을 여유롭게 내리는 어찌 보면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따랐다. 그렇기에 만약 한 잔의 커피를 제조하는데 3분이 걸린다면, 대기번호 30번의 사람은 90분을 기다려야만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은 그 줄 서서야 만 비로소 마실 수 있는 ‘블루보틀’을 원한다는 것이다. 길고 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마실 수 있는 한 잔을 통해 마침내 ‘여유’라는 가치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가능한 이면에는 물론 창업자의 스토리가 한몫했지만, 그 스토리를 활용해 블루보틀의 메시지를 전달한 미디어의 힘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멋진 스토리와 그런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접해온 우리는 블루보틀의 메시지를 나도 향유하고 싶다는 욕망 또한 자연스럽게 키워 온 것이다. 

둘째, 있어 빌리티의 모든 조건을 갖췄다.

블루보틀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 미국, 그것도 가장 선망하는 도시인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한 엄청난 히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한국인들이 가진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 낸 블루보틀. 여기에 각기 계통의 영향력을 가진 힙스터들의 언급도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현대인은 자기가 선망하고 로망하는 롤모델이 먹고 마시고 자는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그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며, 한국에서 인플루언서가 가지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블루보틀은 그런 있어빌리티를 표현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입에서 수십수백 번 전해져왔다. 내가 생각하는 힙함을 가진 인플루언서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면 그들의 팬이라면 인지상정 본인도 경험해보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나도 뭔가 ‘힙 함’을 경험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셋째, 시대가 추구하는 메시지에 부합하는 브랜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타벅스를 마시는 사람들에 대해 가치가 부여되고는 했다. 그것이 지나쳐 스타벅스는 된장녀라는 공식이 한때는 유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이면에는 커피 한 잔에 5천 원 정도는 거뜬히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상태를 표현 한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과연 그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러 그렇게 줄기차게 찾았을까? 스타벅스 커피가 그렇게까지 전 세계 커피계의 거장들을 모두 물리친 1위 커피 맛을 선사하는가? 


그렇지 않다. 스타벅스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결국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블루보틀 또한 마찬가지. 그들은 스타벅스와는 다른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해왔고, 그것들이 인플루언서들의 입소문을 타고 돌면서 이 시대의 힙스터라면 소비해야 할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현 시각 블루보틀 앞에 줄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블루보틀의 커피 한 잔이 그렇게나 마시고 싶어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시대에 가장 세련된 방식의 메시지를 안고 있는 ‘블루보틀을 마시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렇기에 그 긴 줄의 끝에 끝에 계속해서 자신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본인이 소유하고 선망하는 브랜드를 통해 자아를 표현하는 세대이다. 긴 줄의 끝에는 블루보틀을 취함으로 인해 자신이 블루보틀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숨어있다. 그곳에서 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는 것, 그 사진 한 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가 수백수천 개의 라이크를 받는 것이 행복하다고 믿는 세대, 그들이 ‘지금’ 가장 ‘소비’하고 싶은 이미지가 ‘블루보틀’ 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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