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절대 하지 마세요.

조회수 2019. 3. 21.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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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해외진출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안태양입니다. 저는 2008년 필리핀에서 떡볶이로 월 매출 1억을 달성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K-food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는 외식업 브랜드 2개를 론칭했고, 한라산 소주 필리핀 판권 진행도 직접 했습니다. 칭따오와 하이네켄을 가진 필리핀계 중국 회사의 한국 총괄본부장도 맡았습니다. 35살 치고는 제 경력이 꽤 화려한 편이네요.

이렇게 저에 대해서 구구절절 소개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저는 지난 10년 넘도록 한국과 동남아를 오가며 해외 진출을 꾀하는 여러 회사들을 만나고, 그들을 도우며 일해본 결과 동남아 진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성공한 케이스가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외 진출, 절대 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극구 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 다들 기업 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해외 진출이라는 그 모래성 같은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것의 타당한 계기도 없고 준비도 안 하고, 단지 누군가 성공했다더라라는 이야기, 그 가능성 하나만 믿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한국 시장이 너무 어려워서 동남아로 간다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됩니다. 어불성설 이예요.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과 동남아에서 사업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의 회로부터 바꾸셔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한국에서는 한국 사람이니까 말도 통하고, 문화도 이해되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타면 코앞인 중국만 가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식습관도, 사람들 사고방식 모두가 다릅니다. 시장 자체가 틀려요. 그러니까 한국 시장이 어려워서 더 어려운 베트남 시장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여러분이 경각심을 가질 만한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다들 해외 진출을 꿈꾸고 가슴으로 품지만, 실제로 그것을 성공 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 있나요? 저는 한국에서도 몇백억 몇천억 매출을 일으킨 대표님들을 여러 번 만나왔지만, 해외 진출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을 찾기는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또 대박이 났다는 누군가의 성공담 또한 성공의 기준이 애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누군가 해외 진출로 10억을 벌었는데 그중 9억 정도를 마케팅 등의 비용으로 사용했다면 그 회사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에게 해외 진출로 성공한 기업들은 아래의 다섯 가지에 부합한 경우였습니다. 

1. 실제로 남는 수익이 얼마인가?

2. 3년 후에도 브랜드가 살아남았는가?

3. 수익구조가 명확하고 확장성이 있는가? 

4. 그 나라 사람들도 그 브랜드를 진정 좋아하나?

5.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을 때 경쟁에서 살아남을 뚜렷한 차별점이 있는가?

사실 이 5개의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중에 단 1~2개라도 포함되는 경우 또한 많지 않습니다. 기준이 까다롭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껏 제가 만나온 ‘성공했다’는 기업들은 이 기준을 모두 만족시켜왔습니다. 


오히려 저는 주변에서 성공담보다 오히려 실패담을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제가 위에 기술한 기준을 적용해봤을 때는 실패 케이스들이 훨씬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한국이 아니니까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문제들이 닥쳐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게는 노동법 문제라던가 비자 문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고, 어떤 회사들은 엄청난 벌금을 추징 받고 추방 당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동남아를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며 탈세하거나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케이스들도 많은데 해외는 벌금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센 편입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대부분 망하고 망했다는 말도 못 한 채 덮이는 것이 해외 진출의 비밀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말 가지 말라고 말리는 것인지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동남아 시장에 큰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동남아만큼 한국에 애정을 가진 나라들이 많지 않습니다. 케이팝, 케이 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친구들 만큼 한국적인 것, 그 자체를 좋아하는 곳은 드뭅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문화를 조금 특별하게 생각하지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아직까지도 한국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들이 한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국 제품을 무조건 사랑해준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이제는 글로벌 시대, 초연결 시대입니다. 중국인들도 한국 제품을 만들고, 심지어 한 미국 회사는 ‘고추장’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습니다. 꼭 한국 사람들만 한국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만들었다고 충성 고객이 될 거라는 착각에서 이제는 빠져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동남아에 진출하고 싶다면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시는게 좋습니다. 편견을 가지거나 단정 지어서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한국을 좋아하니까 한국 브랜드도 좋아해 줄 거야’라고 하시는데 그것은 정말 큰 착각입니다. 오히려 저는 반대로 생각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내 물건을 안 사주면 어떡하지? 안 팔리면 어떡하지? 안 팔릴 거야. 그러면 나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지?’ 부정적으로 접근하고 조심스럽게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것 외에도 드릴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아래의 세 가지 팁은 해외 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부분들입니다. 

Tip

해외진출에 성공한 한국기업 성공 TIP 3

1. 무조건 낮은 단가에 집중하기. 


아무리 좋은 제품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안 삽니다. 차라리 명품이 아니라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 제품을 샤넬이나 구찌 등 비싼 명품과 동급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품이 명품은 아닙니다. 현실을 직시하셔야 해요. 


그 나라 사람들도 돈 많은 사람들은 한국 제품 사는 게 아니라 명품 사요. 우리랑 똑같습니다. 심지어 돈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 관광 와서 제품들 싸게 사 갑니다.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 제품을 굳이 고집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남아의 상위 5%들이 한국 제품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데 부디 현실을 자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그 나라의 환경, 제대로 이해하기.


동남아 편의점에 가면 라면 사이즈가 정말 작습니다. 한국 라면들 사이즈에 비하면 훨씬 작아요. 왜 그럴까요? 동남아에서는 그 사이즈가 정량, 즉 1인분입니다. 우리나라 라면은 그들에게 너무 커요. 한국인들은 생각보다 꽤 많이 먹는 편입니다. 하지만 동남아 친구들은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아요. 


또 동남아 가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집에 가스레인지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조리 시설 없는 집들을 많이 보는데, 그래서 그들은 전자레인지 용기의 사업 시장이 커요. 우리나라 제품들 대부분 직접 조리를 해야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죠. 하지만 그들은 불이 없어도 요리할 수 있는 제품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이렇게 동남아와 한국 사이에는 많은 괴리감들이 있습니다. 전혀 다른 문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죠. 그들의 생활 패턴, 그 나라만의 문화적인 것, 행복과 매너, 그런 모든 것들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진출을 꾀하는 나라에 직접 살아보는 것입니다. 한 2~3년 가지고는 턱도 없습니다. 저희처럼 10년 넘게 살아봐야 ‘아, 그래서 얘네들이 이렇게 행동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오랜 기간 그 나라에 살면서 일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새로운 변화나 패러다임도 더 빨리 캐치 할 수 있습니다.

3. 강력하게 브랜드를 노출하라. 


태국에서 한국산 김 인기가 엄청납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반찬 대용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짧조롬하고, 김이 가진 원래의 성분들, 즉 건강을 생각해서 간식 대용으로 김을 먹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산 김 그 자체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태국의 한 회사에서 어떤 전략을 취했냐면, 김의 원물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제조는 태국에서 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원자재는 한국산인데, 실제로 제품은 태국에서 직접 제작하는 것이죠. 그러니 가격도 태국 생활수준과 잘 맞고, 심지어 맛도 그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었지요. 그들은 감자칩 대신에 김을 먹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태국 사람들도 김 하면 한국을 떠올리지만, 그 김이 한국에서 수출된 김인지, 태국에서 만들어진 김인지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고객들은 made in korea 인지, product of korea 인지 구분할 수 없고, 굳이 구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산이기만 하면 되는 거죠. 게다가 그들은 ‘김’ 자체를 홍보하지 않고 ‘어떤 브랜드’인지를 알려요. 이제는 사람들이 김이 아닌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로 나갈 때마다 저는 위기의식을 느껴요. 그들은 원물만 우리나라 것을 사용하고 모든 제작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또 그들의 브랜드를 전면으로 내세우니까요. 심지어 미국에서 고추장을 출시한 회사에서는 made in usa로 출시됐어요. 맛도 한국인이 아는 그 고추장이랑 전혀 다릅니다. 점성, 매운맛의 정도, 들어간 재료 모두 다릅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 나라 사람들 입맛에 개량되기 때문이에요. 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해야 하니까. 그래야 팔리니까. 


점점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저는 수년간 해외를 오가며 그 변화를 제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단순하게 들려오는 ‘비비고가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더라, 외국인들이 비빔밥, 고추장을 선호한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은 카더라에 불과해요. 세상은 그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세련된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지는지 아무도 그 이야기는 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과 제 견해가 무조건적인 정답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들이 해왔던 이야기들, 그저 맹목적인 근거 없는 이야기들과 다른 이야기를 세상에 던져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고 바라본 것들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각을 열어주고, 사고의 틀을 깨주고 싶네요.

여러분이 해외 진출을 꿈꾼다면, 해외 진출이 가진 그 허황됨을 깨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승부할 제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부터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김치사업을 하고 싶다면, 외국 사람들이 우리처럼 밥반찬으로 김치를 생각하는지, 김치 맛 그 자체에 열광하는지, ‘그들은 김치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는가?’부터 출발하세요. 


내가 생각하는 김치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김치의 정의,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정의,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정의, 그것들을 제대로 정의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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