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예요!" 신개념 호텔 같은 사무실 방문기.png

조회수 2019. 2. 25.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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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사무실 개념은 모두 버리자.

'톰슨스퀘어'는 미국의 소호라는 가장 비싼 땅덩어리에 위치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공유 사무실)이다. 일전에 우리는 소호 가장 한가운데의 역 근처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은 정말 좁고 기존의 사무실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톰슨스퀘어'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보았을때만해도 확실히 럭셔리 부티크 호텔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공간이었다. 

이제껏 우리는 뉴욕에서 10개 정도의 코워킹 스페이스에 방문해왔다. 그런데 이곳은 미국에서 방문한 코워킹 스페이스 중 best 3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특히 일전에 인더스트리어스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월가 지점을 방문했을 때, 그 회사의 대표도 호텔 같은 공간의 사무실을 만들고 싶어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었고,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인더스트리어스가 말하는 호텔 느낌과 톰슨스퀘어의 호텔 느낌은 차원이 달랐다.


톰슨스퀘어의 경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호텔 로비를 통째로 옮겨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명이나 가구의 고급스러움, 소파, 벽에 걸린 그림 작품들 모두가 일관성 있게 ‘이 곳은 호텔 로비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았다. 알고 보니 대표가 건축가 출신이어서 어떤 장신구들은 본인이 직접 제작했다고. 그 작품의 완성도를 보았을 때 대표의 감각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했다.

라운지 옆에는 바가 있었는데, 마치 호텔 로비 한쪽에 있는 와인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런 전반적인 느낌이 기존의 코워킹 스페이스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콘셉트로 스파크 플러스가 지하에 바 형태와 세미나실을 결합한 형태로 공간을 구성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톰슨스퀘어의 경우 확실히 프라이빗과 럭셔리를 메인으로 강조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이 공간에서 내가 받는 느낌이 그것이었구나 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와 그들의 메시지가 일치했다.


또 사무실과 회의실도 럭셔리와 프라이빗, 이 두 가지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사무실의 경우 확실히 의자나 테이블 등이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넘쳤고, 또 각 방 구조와 가구들을 배치한 공간 구성 자체가 또 다른 고급스러움과 개성을 자아냈다. 다른 곳에서 일하기 좋은 테이블과 의자라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 곳은 마치 가구 전문 디자인 숍에서 볼법한 의자와 테이블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멤버로 들어오는 경우 자유롭게 배치를 바꿔도 좋다고 했다.


또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미팅룸이다. 미팅룸은 두 개 버전이 있었는데, 하나는 오픈된 형태의 미팅룸이었다. 이 곳도 역시나 럭셔리함을 표현하기 위해 조명을 샹들리에로 활용했고, 마찬가지로 테이블과 의자 방의 조명 모두가 완벽하게 럭셔리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른 하나는 프라이빗 미팅룸인데 이제까지 보았던 코워킹 스페이스 미팅룸 중에 가장 독특했다. 

영화 속에서 볼법한 부자들의 비밀스러운 티룸 같은 분위기였다. 마치 시가와 함께 값비싼 영국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명작 영화 세트장 하나를 통째로 옮겨온 느낌이었다. 만약에 내가 이곳에서 일 한다면 그게 누구든 설득할 자신이 들 정도였고, 공간에 분위기에 취해서 양쪽 모두에게 특별한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 외에 키친도 라운지와 별도로 존재했는데, 이곳마저도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법한 느낌이었고, 또 재미있게도 아침시간에는 바리스타가 와서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고 했다. 여러모로 호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톰슨스퀘어의 특별함은 공간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통해서도 그들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톰슨스퀘어만의 공간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세가지만 꼽아보았다.

(1) 각 비용에 따른 멤버십 혜택


톰슨스퀘어의 멤버십 비용은 천지차이었다. 이렇게까지 차이 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극화 그 자체였다. 우선 7시 전까지 오픈된 장소(라운지)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경우인 클럽 멤버십의 경우 250불(한국돈 28만 원 정도)이었고, 만약에 톰슨스퀘어의 다른 지점인 LA공간도 함께 이용하고 싶다면 350불을 지불하면 됐다. 단 이들은 모두 오후 7시 이전에만 이 공간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스튜디오 멤버의 경우 자기만의 사무실 룸을 단독으로 갖는 것을 말하는데, 룸 사이즈가 달라서 2명이 들어가는 공간부터 12명까지 수용 가능한 공간이 여러 곳에 있었다. 재미있게도 작은 룸은 8000불인데, 큰 룸은 8500불이었다. 만약에 나라면 굳이 작은 룸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이것이 그들의 가격 책정 법이었을까? 어쨌든 스튜디오 멤버는 24시간 이 공간을 이용 가능하며 라운지와 자기만의 스튜디오(룸) 모두 사용 가능했다.

(2) 라운지를 다양하게 활용해 또 다른 수익모델로 활용


라운지가 엄청 넓지는 않았지만 가구를 모두 치우면 100여 명 정도가 공간에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럭셔리하다 보니 이 라운지를 별도로 렌트해주며  수익을 올리고 있었는데, 소호의 좋은 위치에 있다 보니 시간당 600불(65만 원 정도)을 받고 공간을 대여해준다고 했다. 최대 5시간까지만 공간 대여가 가능하다고. 


이 곳에서는 세미나부터 시작해 생일파티, 웨딩 리허설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되는데 그냥 공간만 빌려주고 끝이 아니라 케이터링을 연결해 준다던가, 사람들 입장을 도와준다던가, 전 방위적으로 행사에 필요한 것 들을 함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었다. LA지점의 경우 소호보다 공간이 훨씬 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들이 파티하는 장소로 주로 찾는다고 했고, 그 공간 임대 비용이 엄청 비싸서 라운지 대여로 꽤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3) 멤버십이 아닌 멤버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독특함


매니저는 계속해서 톰슨스퀘어는 프라이빗을 강조한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여실히 드러났던 포인트는 공간을 구성하는 멤버를 택하는 기준에서였다. 그들은 이 공간을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든 공간이라고 말했는데, 그러다 보니 그 공간 자체도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도 건축이나 요가, 광고, 크리에이터 등이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톰슨스퀘어가 크리에이티브와 관련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들어오길 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스튜디오 멤버를 최대한 선별해서 뽑는다고 했다. 그들은 또 그들끼리 모여 가끔씩 네트워킹을 하면서 같은 분야의 사람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일도 도모한다고 했다. 멤버십에 다양한 혜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톰슨스퀘어의 대표는 원래 건축회사를 운영하다가 일하는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가 영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소호를 너무 좋아해서 소호에 이 곳을 만들었고, 대표가 로컬 비즈니스들에게 연락해 이것저것 같이해보자고 일을 벌이는 적극적인 타입이었다. 그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편. 


소호에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런 창의적인 직업에 대한 존중이 대표의 마인드인 것 같았다. 대표 본인이 운영하는 건축회사에서 자본도 끌어오고 또 별도의 투자자들도 있다고 한다. 대표는 기존의 코워킹 스페이스처럼 스타트업의 열정과 일하는 분위기보다는 조용하고 또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 그리고 소호만의 독특한 느낌이 유지되길 원한다고 한다.

톰슨스퀘어야 말로 한국에서 가장 벤치마킹하길 원하는, 가장 현실적인 코워킹 스페이스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그들은 이 공간을 코워킹 스페이스가 아닌 코워킹 클럽으로 불리기를 원했는데, 그 이유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아무래도 일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인데, 클럽이라는 개념은 좀 더 멤버들이 함께 하는 공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군데에 어우러져서 일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음으로써 그 공간 자체가 의미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한국에는 없는 이 ‘클럽’이라는 개념은 공통사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장소를 공유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하버드 클럽이라고 하면 하버드 동문들이 편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학교 선후배들이 연결되는 장을 말한다. 뭔가에 소속되어 있고 통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가 중시되는 공간을 ‘클럽’이라고 부른다. 그러다 보니 보통 이런 ‘클럽’ 개념의 장소들은 이용자가 그런 곳에 스스로가 소속되어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사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사무 공간만을 대체한다면 그 한계는 극명 할 것 이다. 그렇게 비싼 값을 내고(고정비로 놓고보면 코워킹 스페이스도 저렴한 편은 아니다) 사무실을 만들어가며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이 직장인보다는 훨씬 적은 수이기 때문. 그러므로 이 '클럽'이라는 개념을 스페이스와 결합하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라이프스타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하는 것. 그들이 교류하고 그 공간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소속되는 것만으로도 어떤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그런 다양한 방식의 공간들이 한국에서도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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