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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미국유학 떠나 25살에 억대연봉 뉴요커 되기까지

조회수 2018. 8. 31. 00: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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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홀로 미국행을 택한 그녀의 이야기

중학교 2학년,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그녀(이은명, 25)는 졸업 후 곧바로 뉴욕의 중심가인 월가의 한 금융회사에 취직했다. 어린 나이에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한계를 느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녀가 성공리에 유학생활을 마치고 하버드 의대 연구소에 들어가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취재했다.


Q.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 이유는?

14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왔어요. 한국 교육시스템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큰 한계를 느꼈죠. 어려서부터 영어과목을 제일 좋아했고 미국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부모님께 유학을 가고싶다고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리기도 했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처음에는 엄청 반대 하셨죠. 그래서 제가 인터넷으로 유학원들을 직접 알아보고 설명회를 찾아다니면서 여러군데에 비용을 알아봤고,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견적서와 함께 A4용지 5장에 편지를 적어 아버지께 드렸어요. 


결국 두분은 제 유학을 서포트 해주시기로 했고 우선 1년만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유학길에 올랐어요. 처음에는 단기 교환학생으로 왔는데 미국 생활이 너무 잘 맞고 선생님들도 좋고, 또 다양한 것들을 경험 할 수 있는게 좋아서 계속 지내다 보니 대학까지 졸업하게 됐네요.


Q. 미국의 교육 시스템 vs 한국의 교육 시스템, 많이 다른가?

미국은 학교가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어요. 학비 차이가 큰 편인데 공립은 학비가 공짜이고, 사립은 좀 비싼 편이에요. 대신 사립의 경우 학교 클래스도 작고 가족적인 분위기예요. 그래서 1학년 때 친구들이 계속해서 이어지죠. 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학교생활을 했어요.


한국 교육이랑 크게 다른 점은 뮤지컬이나 음악, 운동, 골프, 축구 등 교육 외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한국은 특목고라던가 외고 등 공부 잘하는 사람만 가는 학교, 그 외의 학교로만 분리되어 있으니까요. 또 한국에서의 통합교육에 따른 시험은 잘 못 쳤어요. 공부한 것에 비해서 시험 성적이 들쑥날쑥하니까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었죠.

출처: 다트머스 힙합 춤 동아리 UJIMA 공연 전

Q. 한국에서 전교 30등, 아이비리그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도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어요. 그런데 시험의 성적만 중요한게 아니고 숙제도 리포트도 모두 점수에 반영해요. 그래서 중간고사를 잘 못 봤다면 다른 것들을 잘하면서 충분히 보완할 수가 있죠.


그렇다고 해도 아이비리그를 가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특히 유학생인데 여자인 경우는 제일 어려운 특수 케이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들어가기 몇 년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면서 플랜을 짰어요. 9학년 때부터 SAT(미국의 수능 같은 것)를 봤고, 11학년 때까지 에세이도 미리 써놨어요. 그러면서 성적에 맞춰서 계속 플랜도 바꾸고 월/분기/년마다 새로 계획을 다시 짰죠.


그런데 이렇게 준비하면서 느낀점은 무조건 공부만 올인해야 하는게 아니라 ‘내가 흥미를 느껴야 잘할텐데’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뮤지컬이랑 연극을 했는데 이런 활동들도 다 점수에 포함이 돼요. 미국은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 대학 가기는 어려워요. 리더십과 팀워크 다양한 부분에서 자기 증명을 해야 해요. 그래서 클럽 회장도 맡고 봉사활동도 하고, 모든 활동에서 점수가 좋아야만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가 있어요.


Q. 아이비리그에 입학해서 정말 행복했나.

운이좋게도 저는 장학금을 받고 다트머스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좋았지만 대학생활은 쉽지 않았어요. 고등학교에서는 전교 2등이었는데, 대학교에는 전국의 전교 2등을 모아 놓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대학교에서는 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정말 힘들었어요. 


뮤지컬 오디션도 다 떨어지고 한 번은 춤 오디션도 떨어지고 저보다 더 잘하는 애들이 많더라고요. 자괴감도 많이 느꼈죠. 다행히 전공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심리학에 푹 빠지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서 졸업까지 좋아하는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는 재미로 버틴 것 같아요.


아직도 심리학이라 하면 상담자에게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하거나 과거를 읽어내는 최면술 같은 걸 떠올리곤 하는데, 요즘에는 심리학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가장 과학적인 학문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어요.


실제로 심리학자가 가설을 만들고 결과물을 만들었을 때 같은 가설을 다른 심리학자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그 가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요. 그만큼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반드시 그 결과의 논리가 타당하게 증명되어야만 심리학 이론이 만들어져요.


Q. 아이비리그 졸업하면 취직은 잘되나?

전혀 그렇지 않아요. 지금 취직한 회사랑은 인터뷰만 3개월을 했어요. 담당자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대학교 때 심리학 관련 유명한 교수님 밑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연구한 레퍼런스가 도움이 되었고, 또 한국인 유학생인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색다른 미국의 지방에서 살면서 여기까지 아이비리그까지 오게 된 과정들도 회사에서 높이 산 것 같아요.

출처: 그녀가 함께 연구했던 하버드 심리학의 대가 Dan Gilbert 교수님과 함께

Q. 심리학을 전공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저는 보험회사에 입사했어요. 행동심리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보험금을 제 때 잘 내게 할까?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금액을 지불하게 할까? 사람들의 심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연구하는 부서였죠. 그 회사에서 4년 동안 일했어요. 그런데 중간에 회사 자체가 풍파를 겪으면서 제 부서가 계속 바뀌었어요. 그래서 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일들도 맡게 되고..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연구소로 지원하게 된 거죠.


Q. 뉴요커로서의 연봉이 더 쎌 텐데?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하루하루가 너무 똑같았어요. 친구들이랑 밥 먹고, 집에 가서 쉬고, 매일매일 바쁘고 재미없는 하루의 연속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남은 내 삶도 이렇게 보내고 싶은가? 저는 원래 하고 싶은 거 다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혼자 유학까지 온 건데 말이에요. 그래서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게 된 거죠. 임상심리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임상심리는 심리학의 의대 버전이에요.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와주는 그런 방법들을 연구할 수 있는 곳이죠. 그런데 사실 연구소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6개월이나 이직을 준비했어요. 아이비리그 나왔는데도 10군데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고, 마지막으로 하버드 의대에 붙으면서 잘 풀리긴 했지만요.


출처: 눈문발표 때 만난 스탠포드 심리학 유명인사 Phillip Zimbardo 교수님. 스탠포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

Q.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심리학 공부를 끝마치고 아시아에 제대로 된 심리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사실 동양 문화에서는 우울증, 자살 같은 주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아니잖아요. 우울증 있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부끄럽게 여기고. 하지만 그런 증상들은 본인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백혈병에 걸리면 그 사람 책임이 아니고 유전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우울증이나 심리학 관련 모든 증상들도 유전적인 것 일수도 있고,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공부를 마치고 아시아에 제대로 된 심리치료나 문화를 전파하고 싶어요. 정신병원을 통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좀 더 알고 운동하듯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안겨주고 싶어요.

출처: 다트머스 한인 봉사 동아리 활동

Q. 유학 성공 케이스로서 하고 싶은 말은?

우선 유학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미국이 돈이 정말 많이 드는 나라이기는 해요. 그런데 돈 없으면 절대 못가는 그런 곳은 아니에요.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것 전체 비용을 고려하면 그 돈을 미국 유학생활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들 미국 유학생 하면 돈 많은 사람들로 생각하는데 지원 프로그램도 많고요, 크리스천 학교는 또 학비도 저렴해요. 방법은 찾기 나름이에요.


그런데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마음가짐이에요. 중고등 시절에 유학을 하게 되면 호스트 패밀리라고 해서 미국의 가족이 있는 집에 방 하나를 렌트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호스트 패밀리랑 트러블을 겪고 쫓겨나는 케이스도 봤고, 한국에 귀국 조치당하는 것도 봤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미국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홀로 생활하며 발생하는 리스크들을 감당할 수 있는지 충분히 준비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미국이라고 해서 해답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언제 행복한지, 또 어떤 꿈을 꿔야 하루하루가 즐거운지 그것들을 찾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MBTI 성격 테스트 같은 것도 사실 자기성향을 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전적으로 믿지는 말되 참고는 하면 좋아요. 예를 들면 테스트 결과에 ‘나는 사람 앞에 서는 것을 두렵고 부담스러워한다’라고 나오면 컨설팅이라는 직업은 절대 선택하면 안 되는 거죠. 수학이 어려운데 돈을 잘 벌고 싶다고 회계사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하면 안되죠.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잘하고 즐기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찾지 못했다면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해요. 제가 해본 가장 베스트 방법은 ‘무작정 해보기’ 였어요. 한 번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뉴욕 한인 라디오 방송도 1년 가까이해봤고, 먹는 것을 좋아해서 웨이트리스도 해봤어요. 또 레스토랑 컨설팅도 해보고요. 그런데 해보니까 내가 먹는 것을 좋아하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죠.

출처: 뉴욕 한인 라디오 방송 녹화 화면

Q.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은?

미국 생활하며 느낀 점은 미국 사람들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한다는 거예요. 미국은 자본도 있고 실행해 낼 용기도 있고, 또 남의 시선도 전혀 의식하지 않아요. 다들 자기 삶 사느라 바쁘죠. 그런 미국의 모습들 덕분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꾸 고민하고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하세요. 남 눈치 보지 말고 말이에요.


또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문제의 원인을 찾고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다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남이 생각 할 때 성공적인 삶이 아니라, 나중에 내 삶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가 뿌듯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유학생이라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아이비리그를 졸업했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탈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있다지만 그녀의 말처럼 언제 어디에 있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게 우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공간과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아닐까?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이 나를 행복케 하는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 아닐까? 해답은 먼 곳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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